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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 홍범도, 가슴 아픈 오해”라던 국방부 과거영상 ‘증발’

“공산주의자 홍범도, 가슴 아픈 오해”라던 국방부 과거영상 ‘증발’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9-03 15:40
업데이트 2023-09-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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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육사)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흉상 학교 밖 이전을 결정한 가운데, 국방부의 공식 홍보기관인 국방홍보원은 1일 유튜브에서 홍범도 장군 관련 동영상을 삭제했다.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 운영 국방TV는 1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하루 전 온라인에 해당 동영상이 곧 삭제될 것 같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는데, 동영상은 실제로 비공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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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처리된 ‘국방TV’의 홍범도 장군 영상. 국방TV 검색화면
비공개 처리된 ‘국방TV’의 홍범도 장군 영상. 국방TV 검색화면
2018년 8월 29일 ‘피자(피디+기자) 파일’ 코너로 분류·게재된 약 28분 분량의 동영상은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 홍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과 1937년 카자흐스탄 강제 이주 이후 삶을 조명한 것이다.

당시 진행자로 동영상에 출연한 국방TV 관계자는 홍 장군이 ‘일본군에게는 하늘을 나는 장군이라 불릴 정도로 두려운 존재’였다며 러시아 활동 당시 공산당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당시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공산당(적군)과 왕당파(백군) 사이에 5년 내전이 일어나고 있었고 우리 독립군들은 제국주의 열강을 피해 불가피하게 적군 쪽에 손을 내밀게 됐다”며 “적군 쪽에서 ‘오면 충분한 식량과 탄약을 줄테니 우리를 도와서 국제간섭군으로 들어와 있는 일본군과 싸우라’고 하니 독립군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독립군들이 적군 편에 서서 일본군과 싸운 것은 열렬한 공산주의자라서가 아니라 (거꾸로)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적군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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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9일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 운영 국방TV 공식 유튜브 채널에 ‘피자(피디+기자) 파일’ 코너로 분류·게재된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라는 제목의 약 28분짜리 동영상 일부. 동영상은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 홍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과 1937년 카자흐스탄 강제 이주 이후 삶을 조명한 것으로 그의 공산주의자 이력은 가슴 아픈 오해라고 밝혔는데, 지난 1일 비공개 처리됐다. 국방TV
2018년 8월 29일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 운영 국방TV 공식 유튜브 채널에 ‘피자(피디+기자) 파일’ 코너로 분류·게재된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라는 제목의 약 28분짜리 동영상 일부. 동영상은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 홍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과 1937년 카자흐스탄 강제 이주 이후 삶을 조명한 것으로 그의 공산주의자 이력은 가슴 아픈 오해라고 밝혔는데, 지난 1일 비공개 처리됐다. 국방TV
1927년 홍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공산주의자라는 것 역시 가슴 아픈 오해라고 했다.

출연진은 “홍 장군이 1921년 이후 못 돌아오시고 소련에서만 살았고, 광복이 된 다음 동서 냉전이 생기고, 소련하고 공산당과 우리가 교류를 안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부는 홍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오해 하는데 소련 상황을 잘 몰랐고, 강제 이주 당하고, 그런 눈물나는 걸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홍 장군이 (공산)당증이라도 있으면 고려인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입당했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홍 장군은 소련 공산당 입당 후 연해주의 고려인 지도자로 활동했으나, 1937년 고려인 강제 이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다 1943년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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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9일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 운영 국방TV 공식 유튜브 채널에 ‘피자(피디+기자) 파일’ 코너로 분류·게재된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라는 제목의 약 28분짜리 동영상 일부. 동영상은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 홍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과 1937년 카자흐스탄 강제 이주 이후 삶을 조명한 것으로 그의 공산주의자 이력은 가슴 아픈 오해라고 밝혔는데, 지난 1일 비공개 처리됐다. 국방TV 유튜브 검색화면
2018년 8월 29일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 운영 국방TV 공식 유튜브 채널에 ‘피자(피디+기자) 파일’ 코너로 분류·게재된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라는 제목의 약 28분짜리 동영상 일부. 동영상은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 홍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과 1937년 카자흐스탄 강제 이주 이후 삶을 조명한 것으로 그의 공산주의자 이력은 가슴 아픈 오해라고 밝혔는데, 지난 1일 비공개 처리됐다. 국방TV 유튜브 검색화면
이런 동영상 내용은 최근 국방부가 홍 장군 흉상 철거 방침을 밝히며 내놓은 입장과는 배치된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가 불거지자 “북한의 김일성이 소련 공산당의 사주를 받고 불법 남침하여 6·25전쟁을 자행한 엄연한 사실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시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정권교체에 따라 역사인식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홍범도 지우기’ 일환으로 여겨지는 동영상 비공개에 대해 국방홍보원은 “지난 2018년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알리고자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해 비공개 처리했다”고 밝혔다.

동영상 비공개 전날인 지난달 31일 육사는 교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외부 이전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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