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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항공 암살위험’ 알았다…추락지점 불도저에 밀려” (WSJ)

“프리고진, ‘항공 암살위험’ 알았다…추락지점 불도저에 밀려” (WSJ)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8-31 13:27
업데이트 2023-08-3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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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프리고진, 갖은 생존전술…전용기 추적 차단”
“응답 끄기·갈아타기·비행 중 목적지 변경”
“반란 후 보안 한층 강화…러軍 연계 비행장 피해 다니기”
러 정부, 프리고진 전용기 추락현장 불도저로 밀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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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 등을 태우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비행기가 쿠젠키노 지역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프리고진은 탑승객 10명 전원이 사망했다. 2023.8.23 텔레그램
23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 등을 태우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비행기가 쿠젠키노 지역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프리고진은 탑승객 10명 전원이 사망했다. 2023.8.23 텔레그램
군사반란 두 달 만에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숨진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생전 비행기 사고를 위장한 암살 위험을 느끼고 치밀한 대비를 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31일(현지시간) WSJ은 항공기추적서비스인 플라이트레이더24가 제공한 2020년 이후 프리고진의 비행 기록을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

신문은 프리고진이 제트기 추락 사고로 숨지기 오래 전부터 이미 항공기가 자신의 암살을 위한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의심했으며, 전용기에 각종 방어장비를 설치하고 비행경로 추적을 따돌리는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프리고진이 자주 이용한 전용기는 브라질산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제트기였다. 프리고진 연계 회사가 2018년 제트기를 인수한 뒤 항공기 등록지와 관할지는 여러 차례 변경됐다.

제트기에는 외부 추적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 전자 차단 스마트창 등의 보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주로 모스크바 북동쪽의 츠칼롭스키 공군기지나 인근의 민간 공항에서 출발한 그의 제트기는 비행경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주 ‘트랜스폰더’(항공교통 관제용 자동 응답 장치)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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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가 만든 중소형 제트기 ‘레거시 600’ 콕핏(조종석). 엠브라에르 자료사진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가 만든 중소형 제트기 ‘레거시 600’ 콕핏(조종석). 엠브라에르 자료사진
가짜 여권을 소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승무원들은 이륙 직전 승객 명단을 수정하거나, 비행 중에 관제 센터와 교신해 갑작스레 목적지를 변경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 용병들이 주둔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로 갈 때는 2~3대의 제트기를 갈아타는 치밀함을 보였다.

바그너 그룹이 국방부를 비롯한 러시아군 지휘부에 반대해 일으킨 지난 6월의 무장반란이 실패로 끝난 뒤 프리고진은 주변 보안 조치를 한층 강화했다.

러시아군과 연계된 모스크바 공군기지나 다른 군용비행장 이용을 중단했고, 비상사태부가 제공하는 정부 제트기 이용도 중단했다.

지난 8월 아프리카로의 마지막 여행 때는 모스크바에서 30㎞이상 떨어진 한적한 민영공항을 이용했고, 항공기가 이륙하기 직전에야 승객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처럼 치밀하고 철저한 예방 조치들도 그를 파멸로부터 구하기엔 충분치 못했다.

아프리카로의 마지막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지난 23일 모스크바에서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루크로 가기 위해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제트기에 몸을 실었고, 항공기는 이륙 직후 추락했다.

추락 지점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방향으로 약 300㎞ 떨어진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마을로, 푸틴 대통령의 호화 관저가 있는 발다이 지역과 50㎞ 거리였다.

러시아 당국은 제트기 추락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그 원인과 관련한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WSJ는 러시아 정부가 사고 현장 보존에 관한 국제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추락 지점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고도 전했다.

“브라질제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20년간 단 한번 사고”
크렘린 “의도적 만행이었을 수도” 사고 외 암살 가능성 인정
‘프리고진 항공기 사고 국제 공동조사’ 브라질 요구는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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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가 만든 중소형 제트기 레거시 600. 엠브라에르 자료사진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가 만든 중소형 제트기 레거시 600. 엠브라에르 자료사진
다만 크렘린은 비행기가 고의에 의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처음으로 사고 외 가능성을 거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 프리고진 사망사건 조사에 관한 질문에 다른 버전이 고려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버전, 즉 의도적 만행으로 일어났을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제 공동조사를 받아들일 여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선 조사가 진행중이며 조사위원회가 이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국제적인 (공동조사) 측면에 대한 이야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29일 로이터통신은 브라질의 항공사고 예방·조사센터(CENIPA)가 프리고진 사고를 공동조사하자고 제안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었다.

CENIPA는 프리고진의 전용기 레거시 600이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가 만든 기체라 공동조사를 희망했다.

중소형 제트기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사는 2002년 4월 첫 취항 후 20여년간 단 한 번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외국 기관과 공동조사할 의향이 없다며 브라질 측 제안을 거절했다.

CENIPA 관계자는 로이터에 “러시아 항공당국은 지금으로선 국제규정을 따르면서 항공기 사고 조사를 함께할 의향이 없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프리고진 전용기는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해 러시아 국내 사고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한 국제 규정에 따른 사고 조사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로이터는 미국 등 서방이 사고의 배후로 크렘린궁을 지목한 상황에서 공동 조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암살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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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호출부호 바그너) 사령관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2023.8.24 로이터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호출부호 바그너) 사령관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2023.8.24 로이터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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