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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프리고진 사망 첫 언급 “애도”…속내는? [월드뷰]

푸틴, 프리고진 사망 첫 언급 “애도”…속내는? [월드뷰]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8-25 08:20
업데이트 2023-08-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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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프리고진 사망 첫 언급 “실수도 했다”
“바그너, 우크라戰서 큰 공헌” 치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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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옛 바그너 그룹 본사 건물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전날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예브게니 프리고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2023.8.24 로이터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옛 바그너 그룹 본사 건물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전날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예브게니 프리고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2023.8.24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첫 입장을 표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반 대행인 데니스 푸실린과 회의에서 프리고진의 사망에 관해 “1990년대부터 그를 알았다. 그는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힘든 운명을 타고 났고 실수도 했다”며 “그의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나치와의 싸움에서 큰 공헌을 했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내가 아는 한 그는 불과 어제 아프리카에서 돌아왔다. 거기서 몇몇 관리들을 만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이번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고했다”며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사관들이 뭐라고 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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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반 대행인 데니스 푸실린을 접견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사망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유능한 사업가”라고 추켜세우며 그의 유족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는 프리고진 사망 후 처음 나온 푸틴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었다. 2023.8.24 크렘린궁/UPI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반 대행인 데니스 푸실린을 접견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사망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유능한 사업가”라고 추켜세우며 그의 유족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는 프리고진 사망 후 처음 나온 푸틴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었다. 2023.8.24 크렘린궁/UPI 연합뉴스
프리고진은 전날 저녁 모스크바를 출발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바그너 그룹 전용기가 추락하면서 사망했다. 자신의 최측근이자 바그너 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호출부호 바그너)을 포함해 바그너 그룹 간부와 승무원 등 탑승자 10명 전원이 사고로 숨졌다.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해당 비행기가 러시아 방공 미사일에 요격됐다고 주장했으나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서방에서는 지난 6월 말 반란을 시도한 프리고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보복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나, 크렘린궁과 푸틴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고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사고 하루 만인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프리고진의 죽음, 수사결과 지켜볼 것”
전문가 “사망 원인 ‘미스터리’로 남을 것”
“군심 결집·국민 통합, 러軍 재공세 탄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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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러시아 재난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고,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며 두 사람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두 사람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기가 쿠젠키노에서 추락하는 모습. 2023.8.23 그레이존 텔레그램/AF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재난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고,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며 두 사람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두 사람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기가 쿠젠키노에서 추락하는 모습. 2023.8.23 그레이존 텔레그램/AFP 연합뉴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며 급식 업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의 사조직이나 다름 없는 바그너 그룹을 설립했다. 바그너 그룹이 이번 전쟁에서 바흐무트 점령과 같은 전과(戰果)를 올리면서 프리고진은 전쟁영웅으로 떠올랐다.

반란 당시 프리고진이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회군할 때 주민이 그를 환송한 것은, 유혈 사태 없이 철수하는 것에 대한 안도감의 표시이기도 했으나 전쟁영웅을 향한 지지 표명이기도 했다.

프리고진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옛 바그너 그룹 본사 건물 앞에 헌화 등 추모 발길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프리고진의 죽음이 단순 항공사고인지, 아니면 그간 푸틴 대통령이 배후로 의심되는 야권 지도자의 죽음과 같은 암살작전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배신자를 처단하는 권위주의 정권의 성격에 비추어 암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서방의 시각이다.

이런 암살 의혹을 모르지 않을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공헌을 에둘러 언급하며 애도한 것은 그의 죽음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동시에 결집과 통합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영웅의 죽음이 암살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바그너 그룹의 조직적 저항을 차단하는 한편, 그의 죽음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가 반드시 필요함을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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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러시아 정규군이 바그너 그룹 후방 캠프를 미사일 공격했다며 반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 로스토프나도주(로스토프온돈)로 넘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독하는 남부군관구를 장악하고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격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36시간 만인 24일(현지시간) 회군하면서 주민 환송을 받고 있다. 2023.6.24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러시아 정규군이 바그너 그룹 후방 캠프를 미사일 공격했다며 반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 로스토프나도주(로스토프온돈)로 넘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독하는 남부군관구를 장악하고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격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36시간 만인 24일(현지시간) 회군하면서 주민 환송을 받고 있다. 2023.6.24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러시아 전문가인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도 푸틴 대통령이 군심(軍心) 결집을 위해 프리고진과 우트킨에 사후 훈장을 수여할 수도 있다고까지 내다본 바 있다.

제 교수는 23일(한국시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사례를 들며 “반란 세력임에도 사후 공과 사를 구별해 추모하고, 전쟁영웅의 죽음을 이슈로 국민 통합을 이룩하고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끝내 밝혀지지 않거나, 기체 결함 등 단순 항공사고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제 교수는 “암살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프리고진의 죽음이 미스터리로 남는 게 푸틴 대통령에게는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반란을 일으키고도 목숨을 부지했던 프리고진의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 대선 국면에서 훼손된 푸틴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시키고 실로비키 등 정통 엘리트 집단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거라는 진단이었다.

동시에 제 교수는 프리고진의 죽음으로 러시아의 재공세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제 교수는 “서방 전문가들이 내년 4월쯤으로 관측했던 러시아의 재공세가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르키우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이 오히려 약진하는 모양새다. 만약 하르키우와 오데사, 키이우까지 러시아군이 점령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승리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과 우트킨은 전쟁 영웅이었다. 영웅의 죽음을 계기로 군사력 강화 및 정신 재무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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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자신의 식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자신의 식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반란 며칠 후 프리고진과 우트킨을 비롯한 바그너 그룹 수뇌부를 직접 대면하며 외부적으로는 ‘인자한 군주’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에 충성 맹세를 받고 용서를 베푸는 모양새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반란자’ 프리고진은 계속 목숨을 부지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오가며 아프리카 사절단과 만나는 등 건재함을 과시해 ‘쇼데타’(쿠데타를 가장한 쇼) 등 여러 의혹을 일으켰다. 이에 전문가들은 프리고진의 생사가 반란의 성격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프리고진은 사망했다. 암살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푸틴 대통령은 국론 분열을 막으면서, 반란으로 훼손된 리더십은 회복하기 위한 방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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