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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아들이 백신 맞아 숨졌다고? 아일랜드 주부, 가짜뉴스에 소송

자살한 아들이 백신 맞아 숨졌다고? 아일랜드 주부, 가짜뉴스에 소송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8-07 12:46
업데이트 2023-08-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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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 음모론의 진원지인 아이리시 라이트의 편집장 오도허티가 밴 승합차 뒤에 신문을 잔뜩 쌓아놓고 펼쳐 보이고 있다. 영국 BBC는 가짜뉴스의 피해자 디에고 질세넌과 어머니 에델 캠벨의 사진을 쓰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하며 대신 오도허티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텔레그램 캡처 BBC 홈페이지 재인용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진원지인 아이리시 라이트의 편집장 오도허티가 밴 승합차 뒤에 신문을 잔뜩 쌓아놓고 펼쳐 보이고 있다. 영국 BBC는 가짜뉴스의 피해자 디에고 질세넌과 어머니 에델 캠벨의 사진을 쓰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하며 대신 오도허티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텔레그램 캡처
BBC 홈페이지 재인용
아일랜드 주부 에델 캠벨은 2021년 8월에 아들 디에고 질세넌(당시 18)이 극단을 택해 세상을 떠나는 황망한 일을 겪었다. 악몽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아이리시 라이트란 신문이 “검사를 통과하지 않고 위험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질세넌이 숨졌다고 보도한 것이다.

아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음모론에 빠져들어 “검열받지 않는 진실”을 추구한다는 이 신문은 지난해 질세넌을 비롯해 41명이 이런 위험한 백신을 접종 받고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캠벨이 거듭 기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신문은 온라인에서 공격해 댔다. 참다 못한 캠벨이 소송을 제기하자 신문이 퍼뜨린 음모론을 굳게 믿는 이들은 캠벨의 변호인에게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실 백신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비극적인 죽음을 활용하는 일은 세계 도처에서 매일 벌어졌다. 이렇게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가짜 뉴스의 피해자가 직접 소송에 나서는 것으로는 최초의 사례일 것이라고 영국 BBC는 6일(현지시간) 전했다.

변호인 치아란 멀홀랜드는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댓글 공격이 퍼부어진 것은 놀랍지도 않다며 왜 다른 친척들은 법적 조치에 나서지 않으려 하는지 이유를 설명한다고 BBC 라디오4 팟캐스트 컨스피러시랜드의 마리아나 스프링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캠벨이 겪는 후폭풍을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호사에게 가는 일을 주저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캠벨은 그 신문이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다”면서도 이를 거론하는 일이 두렵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러 주에 걸쳐 아이리시 라이트와 편집장 젬마 오도허티는 캠벨이 “노골적인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엄청난 사기극에 말려든 것”이라고 공격했다. 캠벨에게 목숨을 끊으라고 심한 욕을 늘어놓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멀홀랜드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직원들을 겁 주기도 한다. 해서 캠벨과 변호인은 질세넌과 다른 사람들의 사진까지 1면에 싣고 ‘갑작스레 죽었다’고 제목을 단 오도허티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희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코로나 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극히 드물다. 영국 통계에 따르면 적어도 한 차례 접종한 사람은 5000만명인데 이 중 55명만 백신이 기저 사망 원인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아이리시 라이트가 백신을 맞고 죽었다고 보도한 젊은 사람 중에는 수영장 사고, 머리 부상, 뇌막염으로 숨진 사람도 있다고 가족들도 인정했다.

캠벨은 신문이 보도하기 전에 접촉하지도, 코멘트를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신문은 여러 다른 가족에게도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BBC는 밝혔다.

캠벨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아들의 순수함과 가족의 온전함을 지켜주고 싶다면서 멀홀랜드의 프로보노(재능 기부) 활동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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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라이트의 최근 1면 지면들. 기사 주인공 디에고 질세넌을 비롯해 41명의 엉뚱한 인물들을 코로나 백신 접종 희생자들로 분류, ‘갑작스레 죽었다’ 제목을 달고서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들의 얼굴을 검게 처리해놓고 ‘언론에 의해 검열당해’라고 엉뚱하게 표시해뒀다. 이 밖에 ‘화이자는 백신 사람 잡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수도 불수화(Water fluoridation)가 아일랜드인 IQ 떨어뜨린다’, ‘왜 인위적 기후변화가 사기인가’, ‘아이리시가 아일랜드에서 소수가 되고 있다’는 등의 황당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아이리시 라이트의 최근 1면 지면들. 기사 주인공 디에고 질세넌을 비롯해 41명의 엉뚱한 인물들을 코로나 백신 접종 희생자들로 분류, ‘갑작스레 죽었다’ 제목을 달고서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들의 얼굴을 검게 처리해놓고 ‘언론에 의해 검열당해’라고 엉뚱하게 표시해뒀다. 이 밖에 ‘화이자는 백신 사람 잡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수도 불수화(Water fluoridation)가 아일랜드인 IQ 떨어뜨린다’, ‘왜 인위적 기후변화가 사기인가’, ‘아이리시가 아일랜드에서 소수가 되고 있다’는 등의 황당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더블린 고등법원은 오도허티가 캠벨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아들 사진을 어머니의 동의 없이 사용하거나 공표하지 말라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오도히티는 엑스(X, 옛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캠벨에 대한 악성 댓글을 달게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아울러 경찰에 희롱 혐의로 신고했지만 아직도 오도허티를 접촉하거나 심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도허티와 아이리시 라이트 모두 BBC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SNS에서 아이리시 라이트는 “BBC가 백신 학살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오도허티의 캐릭터를 암살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오도허티는 SNS 포스트를 통해 캠벨을 희롱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그의 아들 죽음이 사악하고 의심스럽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녀 역시 변호인을 고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리시 라이트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라이트’와 자매지로, 독자적으로 편집하긴 하지만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BBC는 예전에 ‘라이트’가 정치인들과 의사들을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 신문은 영국 극우세력과 쿠데타 시도가 발각된 독일 매체와도 관계가 있다.

백신 음모론 외에 가짜뉴스 피해자가 소송에 나선 사례는 있었다. 맨체스터 아레나 폭탄테러 생존자들이 아예 없던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제소했고, 미국 샌디훅 총기 난사 희생자들의 부모들이 인포워스 진행자 알렉스 존스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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