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지열 식히려 안개분사, 소방용수 살포
서울시, 쪽방 건물 층마다 벽걸이 에어컨 설치
거동 어려운 환자·노인 주민은 일 2회 방문 간호
“내년 여름 폭염만 견디면 새 임대주택 입주” 기대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서 이수정 서울시 남대문쪽방상담소 간호과장이 폐질환이 있는 주민의 혈압을 재고 있다.
이 과장이 혈압과 혈당을 재겠다고 하니 윤씨가 긴소매 체육복을 느릿느릿 걷어 올렸다. 앙상한 팔뚝이 드러났다. “어르신, 덥고 입맛 없으셔도 식사보조제 하루에 4팩을 꼭 드셔야 해요. 안 그러면 병원 가시라고 잔소리할 수밖에 없어요.”
돈의동, 창신동과 함께 서울 대표 쪽방촌으로 꼽히는 남대문 쪽방촌은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좁은 골목길 열기를 식히기 위해 설치한 쿨링포크(안개분사기)에서 서늘한 물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상담소 직원들은 하루 3~4번씩 소화전 호스를 뽑아 골목길에 물을 뿌렸다.
에어컨 빵빵한 무더위 쉼터에서 피서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상담소 2층에 있는 무더위 쉼터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 2023.7.31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남대문, 서울역, 영등포, 돈의동, 창신동 등 5개 쪽방촌 건물 77개 동에 벽걸이 에어컨 190대를 설치하고 올해 추가로 37대를 더 달았다. 7~8월 에어컨 사용 전기요금도 4540만원(대당 20만원 한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돌아본 쪽방 건물 4채에는 한 층에 1~2대의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최저 18도로 맞춰진 에어컨은 복도마다 냉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의 한 건물에 설치된 벽걸이 에어컨. 2023.7.31
일부 주민들은 내년 여름까지만 견디면 ‘아파트’로 이사한다며 좋아했다. 남대문로5가 580번지에 건설 중인 22층짜리 건물 얘기다. 시는 민간 재개발을 통해 쪽방 주민 182세대를 위한 임대주택과 복지시설을 짓고 있다. 2025년 2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 20만~35만원의 월세를 내는 주민들은 월 10만원대 저렴한 공공 임대료로 주방과 개인 욕실, 냉방기를 갖춘 약 15㎡(4.5평)의 새집에 살 수 있게 된다. 박종태 서울시 남대문쪽방상담소장은 “열악한 쪽방촌의 주거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31일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공공 임대주택 건설현장. 2025년 2월에 지상 22층의 건물이 완공되면 쪽방 주민 182세대가 이주할 예정이다. 2023.7.31
글·사진 오달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