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6·25 행사… ‘귀환 못한 용사’ 기린 빈 테이블

美서 6·25 행사… ‘귀환 못한 용사’ 기린 빈 테이블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3-06-27 00:36
업데이트 2023-06-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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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에서 73주년 기념식

“참전용사 희생… 韓, 폐허서 일어서”
조현동 대사 헌화·기념사진 전달
존 틸럴리 “한국전은 기억될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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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동(오른쪽) 주미대사가 25일(현지시간) 6·25전쟁 73주년 행사에서 한국전쟁 전사자의 외손자인 리처드 딘 전 대령에게 외조부의 기념사진을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조현동(오른쪽) 주미대사가 25일(현지시간) 6·25전쟁 73주년 행사에서 한국전쟁 전사자의 외손자인 리처드 딘 전 대령에게 외조부의 기념사진을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나는 외조부를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지만 막내딸이었던 어머니는 항상 외조부의 유해를 찾기만을 바랐습니다.”(6·25전쟁 실종 장병의 외손자인 리처드 W 딘 미 육군 전 대령)

6·25전쟁 73주년을 맞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주미대한민국대사관은 이날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기념공원과 미 육군국립박물관에서 참전비 헌화, 감사 오찬 등 기념행사를 열었다. 6·25 참전용사 및 유가족,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재단(KWVMF) 등 한미 참전 단체, 켈리 매케이그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장 등 160여명이 참석했다.

조현동 주미대사가 기념공원에서 헌화와 참배를 하는 자리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 제5공군 소속 존 레이먼드 러벌 공군 대령의 외손자인 리처드 W 딘 육군 예비역 전 대령이 함께했다. 러벌 대령은 1950년 12월 4일 압록강에서 기밀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러시아 미그15기에 격추돼 포로가 됐다. 이후 ‘내가 당신의 도시를 폭격했다’는 팻말을 걸고 돌팔매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해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조 대사는 추모의 벽 100번째에 있는 러벌 대령의 이름 위에 꽃을 올리고 딘 전 대령에게 외조부의 기념사진을 전달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딘 전 대령은 헌화하는 순간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여전히 휴전 중인 한국전쟁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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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감사 오찬장에 끝내 귀환하지 못한 실종 장병들을 기리는 빈 테이블이 놓여 있는 모습. 워싱턴공동취재단
육군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감사 오찬장에 끝내 귀환하지 못한 실종 장병들을 기리는 빈 테이블이 놓여 있는 모습.
워싱턴공동취재단
조 대사는 환영사에서 “철통같은 한미동맹은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여러분의 용기와 희생으로 한국이 전쟁 폐허에서 일어섰고 우리 미래 세대가 평화, 번영, 민주주의의 열매를 누릴 것”이라고 감사했다.

전 주한미군사령관인 존 틸럴리 KWVMF 회장은 “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는 모두 피와 땀과 희생의 대가”라며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기억될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장 한켠에는 실종 장병들을 기리는 별도의 흰 테이블이 마련됐다. 테이블에는 주인 없는 의자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쓰라림을 상징하는 레몬 한 조각, 유족들의 눈물을 의미하는 소금, 내일의 건배를 기약하는 물잔 등이 함께 놓였다.

워싱턴 이재연 특파원
2023-06-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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