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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윤석열 정부의 대학 규제개혁과 혁신/이창원 한성대 총장·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

[열린세상] 윤석열 정부의 대학 규제개혁과 혁신/이창원 한성대 총장·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

입력 2023-06-23 01:14
업데이트 2023-06-2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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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학위과정 기본 단위 학과·학부
‘학과 간 장벽 철폐’ 정부 정책방향과 상충
규제 패러다임 자체, 네거티브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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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성대 총장·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
이창원 한성대 총장·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 설립·운영 4대 요건을 큰 폭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의 규제개혁 계획이 발표된 후 반년의 기간 동안 학과와 학부 신설 및 통합 시 입학 정원을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학 설립·운영의 4대 요건 적용을 일부 완화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대학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갖춘 우수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지금의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 설립·운영의 4대 요건을 비롯한 교육부의 규제개혁 방안은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설립·운영 규정은 ‘대학 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1996년 제정된 것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교육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대학의 재정적 안정성과 자율성 강화다. 첨단 분야 전공을 운영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을 적용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재정 투자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학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 장학금, 각종 공과금, 시설과 장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등을 고려하면 교육 혁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자체적인 재원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교육부가 올해부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해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한 점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또 대학의 자체적인 수익 창출 노력과 적립금 운용에 대한 규제도 과거보다는 개선됐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4조는 규칙이 제정된 1966년부터 사립대학을 비롯한 사학기관의 재무와 회계를 ‘건전하게 운영’할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건전한 재정 운영은 재정의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재정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재정 운영 자율성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미래 고등교육을 위한 투자는 요원한 일이다. 대학 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등록금을 비롯한 각종 규제에 대한 과감한 개혁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 확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셋째, 대학교육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학문 분야 간, 학과 및 전공 간 장벽은 대학의 교육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최근 교육부는 학과, 전공 간 장벽을 없애고 학생 주도적으로 전공을 설계하며, 학생 개인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매년 2학기 체제로 운영하고, 졸업 이수 학점과 학기별 수강 학점을 제한하며, 전공과 교양을 구분하는 전통적인 교육체계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학생과 산업의 수요에 따라 다학기제 운영을 활성화하고 학위 취득에 필요한 이수학점 체계를 역량 중심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이나 규정의 개선뿐만 아니라 통계를 작성하는 방식과 대학평가체계의 혁신적인 변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예를 들어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생의 전공 이수를 비롯한 학위과정 운영과 관련해 ‘학과’나 ‘학부’를 기본 단위로 삼고 있는데,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학과 간 장벽을 철폐하고자 하는 정책과 상충된다. 마이크로디그리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포괄할 수 있는 통계체계와 평가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규제개혁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대학 규제개혁은 법령과 규정의 조문 몇 개를 개정한다고 완수되는 것이 아니다. 규제개혁을 통한 고등교육의 성공적 혁신을 위해 대학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시점이다.
2023-06-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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