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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그놈 참교육하는 ‘유파라치’?…“범죄 예방 도움” vs “모방 범죄 위험”

몰카 그놈 참교육하는 ‘유파라치’?…“범죄 예방 도움” vs “모방 범죄 위험”

김예슬 기자
김예슬 기자
입력 2023-06-21 17:50
업데이트 2023-06-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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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현장 신고·검거 실시간 송출

수십만 구독·수백만 조회 열광
후원금 보내며 ‘시민 영웅’ 응원
“범죄 수법 알려줘 예방에 도움”
“점점 변질돼 무고한 피해 우려”
“사법 불신 탓…모방범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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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DB
서울신문 DB
대학생 강현서(23)씨는 얼마 전부터 길거리 불법촬영(몰카)범을 쫓는 유튜버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강씨는 자신도 불법촬영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에 일부러 관련 영상을 챙겨본다고 했다. 그는 21일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맨살이 드러나는 옷을 자주 입는데, 그럴 때마다 불법촬영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영상에는 몰카범이 자주 쓰는 수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채널 운영자가 알려준 대로만 행동하면 불법촬영을 피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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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에서 불법촬영하는 사람들을 포착해 경찰에 즉각 신고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 ‘감빵인도자’ 유튜브 채널. 감빵인도자 채널 화면 캡처
번화가에서 불법촬영하는 사람들을 포착해 경찰에 즉각 신고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 ‘감빵인도자’ 유튜브 채널. 감빵인도자 채널 화면 캡처
이른바 자경단 활동을 자처하는 ‘유파라치’(유튜브+파파라치)에 열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법촬영이나 마약·성 착취물 거래, 오토바이 교통법규 위반 장면부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피의자를 검거하는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영상에 시청자들은 “속 시원한 ‘참교육’ 현장이다”, “시민 영웅상을 줘야 한다”며 유파라치를 응원하고 일부는 후원금까지 보낸다.

배달 라이더의 교통법규 위반 현장을 고발하는 ‘딸배헌터’ 채널에 2주 전 배달 라이더의 추적 과정을 담은 영상이 올라 왔는데, 조회수가 252만회를 넘었다.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42만명. ‘부산 돌려차기 남’ 사건 가해자의 신상 공개로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채널의 구독자는 85만명에 달한다. 구독자들은 적게는 5000원, 많게는 10만원 이상도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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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딸배헌터’ 채널에 올라온 영상.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배달 라이더의 추적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조수 252만회를 기록했다. 딸배헌터 채널 영상 캡처
지난 6일 ‘딸배헌터’ 채널에 올라온 영상.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배달 라이더의 추적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조수 252만회를 기록했다. 딸배헌터 채널 영상 캡처
배달 라이더 고발 채널에 후원금을 보낸 적이 있다는 직장인 김지현(28·가명)씨는 “평소 배달 라이더의 곡예 운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고가 난 걸 목격한 적도 있다”면서 “이런 채널이 있어야 라이더들이 눈치라도 볼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다만 유파라치가 우후죽순 늘면서 자극적인 영상이 많아지고,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학원생 이재현(30)씨는 성 착취물을 소비하는 사람을 유인해 경찰에 신고하는 유파라치 채널에 후원까지 했으나 현재는 모든 유파라치 채널의 구독을 해지했다. 이씨는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영상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더라”면서 “‘저러다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유파라치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발 유튜브 운영자들은 현행법상 정의 실현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실태에 대해 본인들이 ‘정의 구현’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의 손이 미치지 않는 범죄의 사각지대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범죄 예방활동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기관이나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유튜브의 상업성과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콘텐츠 수용도가 높은 청소년 등 특정 집단에는 모방 범죄의 단초를 제공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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