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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詩엔 양자얽힘, 도스토옙스키 소설엔 SF… 과학을 품은 문학

이상 詩엔 양자얽힘, 도스토옙스키 소설엔 SF… 과학을 품은 문학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6-13 23:30
업데이트 2023-06-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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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사상’ 6월호, 문학 속 과학 분석 글 3편 게재

이상, 상대성이론 활용 알려져
도스토옙스키, SF 영감의 원천

‘만약’ 가정이 과학·문학 공통점
“새로운 해석 여는 실마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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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 이상의 시에서는 당대 첨단 물리학 연구 결과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활용한 대목들이 눈에 띈다.  위키피디아 제공
천재 시인 이상의 시에서는 당대 첨단 물리학 연구 결과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활용한 대목들이 눈에 띈다.
위키피디아 제공
“미래로달아나서과거를본다, 과거로달아나서미래를보는가, 미래로달아나는것은과거로달아나는것과동일한것도아니고미래로달아나는것이과거로달아나는것이다.”

천재 시인 이상이 1931년 9월 12일 ‘조선과 건축’에 발표한 시 ‘삼차각설계도: 선에관한각서5’ 중 일부다. 이 시는 당시 첨단 물리학 연구 결과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6월호에는 ‘문학 안에 나타난 과학’이라는 제목의 특집으로 과학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분석한 글 3편이 담겼다.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의 문학 그리고 과학’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전통적 리얼리즘 소설을 쓰면서도 당대 과학 트렌드를 반영하는 서사를 구축하고 인문학의 지적 전통 가장 깊은 곳에 과학 의미를 심어 이후 SF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도스토옙스키는 과학적 패러다임을 모델로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를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녹여 비판했다. 석 교수는 “도스토옙스키가 과학만능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한 질주가 가져올 부정적 결과를 어느 디스토피아 SF 작가보다 첨예하게 예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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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곳곳에서 과학만능주의의 부정적 결과를 드러내는 등 어느 디스토피아 SF 작가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했다고 평가받는다. 위키피디아 제공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곳곳에서 과학만능주의의 부정적 결과를 드러내는 등 어느 디스토피아 SF 작가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했다고 평가받는다.
위키피디아 제공
시인이자 이상 연구자인 김상현씨는 ‘1931년, 이상의 시에 나타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서 이상을 ‘남다른 시대 감수성과 놀라운 물리학적 사유’를 갖춘 시인으로 보고 1931년 8월 11일 발표한 시 ‘운동’은 상대성이론을 문학에 적용하기 위해 쓴 시라고 해석했다. 7부작 시 ‘삼차각설계도: 선에관한각서’를 보면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 업적인 양자얽힘을 이용한 양자 전송 아이디어를 이상이 어렴풋이 상상했음을 알 수 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그는 “이상의 천재성은 과학이라는 일종의 시대 정신을 탁월하게 읽어 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과 문학의 공통점을 ‘만약’(if)을 가정할 수 있다는 데서 찾았다. 물리학자의 ‘if’는 같은 자연법칙 아래 크기, 질량, 속도 등의 조건이 달라질 때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상상하는 것이다. 과학의 if가 문학으로 구현된 대표 작품은 현재 가장 유명한 SF 작가 테드 창의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다. 테드 창은 단편에서 미분 형태의 인과율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에 견줘 적분의 형태로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 외계인 헵타포드를 등장시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문학사상 측은 “과학의 세계는 문학 작품의 소재와 아이디어를 넘어 작품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하고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학과 과학에 더 많은 만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2023-06-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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