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4시간 30분 넘게 영장실질심사
“증거인멸 우려 있다고 보기 어려워”
‘동부구치소 대기’ 한상혁 위원장 석방
혼란 빠진 방통위, 업무 공백 사태 막아
영장 심사에 출석한 한상혁 방통위원장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3.3.29 홍윤기 기자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한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4시간 30분 동안 진행한 뒤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심문을 마친 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한 위원장은 곧바로 석방될 전망이다.
앞서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경섭)가 지난 24일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크게 4가지다.
심사위원 구성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단독으로 결정하고 재승인 유효기간으로 4년을 부여할 수 있는데도 3년으로 줄인 혐의, 심사 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보고받았으면서도 이를 상임위원에게 알리지 않고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도록 한 혐의, 지난해 9월 심사 결과 조작을 부인하는 취지의 보도설명자료를 작성한 혐의 등이다.
취재진 앞에서 입장 밝히는 한상혁 위원장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를 고의로 낮추는 데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영장심사를 받기 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한 위원장 영장은 기각됐다. 2023.3.29 홍윤기 기자
한 위원장은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억울하고 법률가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최선을 다해 무고함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TV조선은 방통위 심사 당시 공적 책임, 공정성 영역에서 만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아 조건부로 재승인을 받았다. 이후 감사원은 TV조선의 평가점수를 고의로 깎았다는 의혹이 담긴 감사 자료를 지난해 9월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같은 달 23일 방통위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재승인 심사 당시 방송지원정책과장이었던 차모씨와 방송정책국장이었던 양모씨,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윤모(63) 광주대 교수를 구속 기소하고 지난달 16일 방통위원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한 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누고 신병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영장 기각으로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속 기소된 3명은 다음달 4일 첫 재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연기됐다.
주무 국·과장에 이어 수장까지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혼란에 빠진 방통위는 한 위원장 영장이 기각되면서 업무 공백 상태는 막을 수 있게 됐다.
곽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