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치매 95세 미국 할머니가 들려주는 베토벤과 드뷔시, 쇼팽

중증 치매 95세 미국 할머니가 들려주는 베토벤과 드뷔시, 쇼팽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3-27 17:17
업데이트 2023-03-27 20: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중증 치매를 앓으면서도클래식 음악들을 곧잘 연주하는 95세 미국 할머니 일레인 르바. 틱톡 동영상 캡처
중증 치매를 앓으면서도클래식 음악들을 곧잘 연주하는 95세 미국 할머니 일레인 르바.
틱톡 동영상 캡처
중증 치매에 걸린 미국 할머니 일레인 르바(95)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드뷔시의 ‘달빛’, 쇼팽의 ‘왈츠 C# 단조(Op.64-2)’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 상념에 젖게 된다. 일간 USA 투데이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인데 뒤늦게 눈에 띄었다.

딸 란디가 매사추세츠주 사가모어에 있는 집 근처 돌봄시설로 어머니 거처를 옮긴 뒤 카메라에 어머니의 연주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렇게 카메라에 연주 모습을 담는 것이 어머니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팬데믹 격리가 갑자기 되자 어머니를 찾아뵐 수 없었다. 그저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창문 너머 얼굴만 쳐다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틱톡에 어머니의 옛날 영상을 올렸더니 어느날 월광 소나타의 3악장을 연주해 줄 수 있느냐고 누군가 댓글로 물어왔다. 어머니는 “난 몰라”라고 답했는데 그 다음 기적이 일어났다.

“아침에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전화가 불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열 때마다 메시지가 쏟아져 틱톡 어플리케이션을 켜지도 못했다. 그날 저녁까지 동영상을 본 횟수가 450만회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대로 역사가 됐다.”

란디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연주했다. 악보를 한 번 보고 그대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였고, 열정도 대단했다. 브루클린 컨서바토리 오브 뮤직에서 석사 학위를 따고 란디의 아버지를 만난 미주리 대학에서 음악교육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결혼 후 세 아이가 생기자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그래도 여전히 음악이 인생의 커다란 영역을 차지했으며 정기적으로 피아노 레슨을 하고 음악을 작곡했으며 협주곡들을 연주했다.

“저는 늘 우리 엄마가 대단한 음악 재능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다.”

일레인의 동영상이 틱톡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란디는 치매 교육, 음악 교육, 인간 뇌의 마법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도록 수백만명을 각성시켰음을 깨달았다. “음악치료사들이 혹할 만한 모든 것이 엄마에게 있다. 음악이 완전히 망가진 뇌 질환을 앓는 이들에게도 마법 같은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피아노에서 떨어져 있는 그녀를 보면 어디에 있는지, 뭘하는지도 모르는 정신 잃은 나이든 숙녀에 불과한데 이런 분들도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싶다. 그들도 이 세상에 공헌할 진짜 뭔가를 여전히 갖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1월 95회 생일을 맞아 란디는 틱톡에서 50장 가량의 카드를 받아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어머니는 일생의 앞선 시기에도 결코 누려보지 못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사람 일은 진짜 모른다.”

아래 동영상은 3년 전 ABC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 소개됐을 때의 모습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bctgXrrlq8
임병선 선임기자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