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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력하면 된다고? 채찍질해도 안 되던데

노오력하면 된다고? 채찍질해도 안 되던데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3-23 00:53
업데이트 2023-03-2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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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과학 계간지 ‘한국 스켑틱’
‘자기계발 심리학 명과 암’ 분석

‘성공하지 못 한 건 모두다 내 탓’
‘당당한 자세가 자신감을 준다’

일반화 할 수 없는 행복의 과학
오히려 심리에 해를 끼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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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사회심리학 교수 에이미 커디가 원더우먼의 사진 앞에서 ‘파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포즈의 긍정 효과를 주장하는 커디 교수의 강연은 테드에서도 많이 본 영상으로 손꼽힐 만큼 주목받았지만, 통계를 조작한 연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 하버드대 사회심리학 교수 에이미 커디가 원더우먼의 사진 앞에서 ‘파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포즈의 긍정 효과를 주장하는 커디 교수의 강연은 테드에서도 많이 본 영상으로 손꼽힐 만큼 주목받았지만, 통계를 조작한 연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키피디아 제공
서점가에서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의 책들이 있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감동해 도와준다거나 지금보다 조금 더 ‘노오력’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자기계발서들이다. 요즘은 원치 않는데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자기계발 동영상들이 계속 제공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기계발 동영상들 역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 ‘남 탓이나 사회 탓 말고 좀더 자신을 채찍질하라’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 자기 계발 동영상을 하루에 수십 개씩 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기만 하고 내재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쯤 되면 신흥종교 수준이다.

교양 과학 계간지 ‘한국 스켑틱’ 봄호(33호)는 커버스토리로 이런 ‘자기계발 심리학의 명과 암’을 비판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인지신경과학자인 테런스 하인스 뉴욕 페이스대 교수는 ‘자기계발 심리학 다시 보기’를 통해 “수많은 자기계발식 심리학 이론들이 전적으로 허튼소리는 아닐지라도 심하게 과장되고 설익은 아이디어”라며 개인의 문제와 사회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기계발식 즉효 약들이 왜 효과가 없는지를 낱낱이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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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넛지’ 이론은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항상 효과적이지는 않다. 자기계발 심리 이론들은 모든 사람과 상황에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맹신하면 위험하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넛지’ 이론은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항상 효과적이지는 않다. 자기계발 심리 이론들은 모든 사람과 상황에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맹신하면 위험하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를 비롯한 많은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당당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감이 넘친다는 소위 ‘파워 포즈’ 효과를 제시했다. 이들의 주장은 테드 강연과 자기계발서 곳곳에서 인용되며 퍼져 나갔다. 그렇지만 2016년 연구자 중 한 명인 데이너 커니 UC버클리 교수가 “파워 포즈 효과가 진짜라고 믿지 않는다”고 고백하면서 논문 검증을 한 결과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끈질긴 근성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는 내용으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그릿’은 저자가 입맛에 맞는 사례들만 취합한 것에 불과했으며, ‘넛지’ 역시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항상 효과적이진 않다고 하인스 교수는 밝혔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박사는 ‘행복의 과학은 가능한가’라는 글에서 주관적 감정인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따라 했을 때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 박사는 “행복이 과연 모두에게 같은 개념과 감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또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화가 날 때 소리를 지르는 식으로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듣는 경우가 있다. 카타르시스 요법의 일종이다. 그렇지만 예프게니 보타노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나쁜 심리 테라피들’이란 글에서 스트레스나 화에 대한 이런 접근이 오히려 분노와 고통을 증폭시킨다고 밝혔다. 대중적 심리요법들의 기대와 달리 불을 불로 끌 수 없듯이 화는 화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중 심리요법이나 자기계발 심리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부족하고 많은 경우 오히려 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인스 교수 역시 “미심쩍은 심리학 개념에 의존하면 해로운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런 나쁜 심리학을 믿고 따랐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적개심만 낳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서를 모두 내던져야 할까. 모든 문제는 ‘무한 의존’에서 나온다. 한 박사는 긍정 심리학과 행복 연구에서 이룬 발견과 자기계발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주장들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 또는 상황의 미세 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잠깐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유용하 기자
2023-03-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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