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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95% 재활용 가능…고리 2호기 수명 40년? 미국은 80년” [인터뷰]

“사용후핵연료 95% 재활용 가능…고리 2호기 수명 40년? 미국은 80년” [인터뷰]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3-12 23:36
업데이트 2023-03-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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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년… 정용훈 KAIST 교수 인터뷰

“고리2호기 계속 운전은 면허갱신”
비과학적 공포·불안 걷어내야
건식저장시설 사고 당시 피해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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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12일 세종 모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용후핵연료의 95%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12일 세종 모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용후핵연료의 95%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일본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12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탈핵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랐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비판하는 동시에 다음달 8일 설계수명이 끝나는 부산 기장군 고리 2호기 원전의 영구 폐쇄를 촉구했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 원전 2·3·4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신청을 완료한 한국수력원자력의 행보와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신중한 원전 정책을 주문하면서도 ‘비과학적 원전 사고 공포’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인 원자력 학계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프랑스·일본은 사후핵 이미 재활용중
‘한반도 비핵화’에 미 재활용 반대
“사용후핵연료는 ‘자원’”

원자력 전문가인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전 및 원전 사고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뒤섞인 비과학적인 측면을 걷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인 핵폐기물을 ‘위험한 쓰레기’로 보는 인식에 대한 설명을 꺼냈다. 정 교수는 “원전에서 연료로 쓰이고 나온 우라늄인 사용후핵연료는 95%가 재활용되는 자원이며 5%가량이 쓰레기”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만으로도 (재처리시) 수백년을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이 가능한 프랑스, 일본과 다르게 ‘한반도 비핵화’ 의제에 갇혀 있는 한국은 핵연료 재활용에 관한 한 국제사회의 설득을 이뤄 내지 못한 상태다.

정 교수는 지난해처럼 가격이 폭등하곤 하는 원유·천연가스 발전이나 날씨 영향이 큰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에 비해 원전이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원전 연료인 우라늄은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보다 크게 저렴한데다 전체 발전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설계된 지 40년 된 고리 2호기는 지난해 원안위의 계획예방정비 이후 100% 출력 도달 사흘 만에 내부 차단기가 소손(불타 부서짐) 현상으로 원자로가 자동정지되면서 안전성에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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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를 확정했다. 맨 오른쪽 둥근 기둥이 1978년 4월 29일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던 고리 원전 1호기.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를 확정했다. 맨 오른쪽 둥근 기둥이 1978년 4월 29일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던 고리 원전 1호기.
연합뉴스
美 원전 설계수명 40년 둔 이유
특정 사업자 독점 막기 위한 것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수준이라면 폐로해야 맞겠지만 (사태 이후) 설비 개선을 통해 개선이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이후 전사적으로 차단기 교체와 과열감시장치 등이 마련됐다. 정 교수는 노후 원전이라 안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인해 원전의 안전을 위한 여러 장치가 작동함이 방증됐다고 판단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 2호기는 최근 10년 동안 원자로 헤드 교체 등 76건에 대해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안전성을 높였고 계속운전 추진 과정에서 추가로 17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미국의 경우 40년이면 노후 원전으로 보지 않고 80년까지 운영 허가를 주고 있다”면서 “(원전 첫 가동 시 설계수명) 40년을 택한 이유는 특정 사업자의 독점을 막기 위한 것이었고 40년이 지나면 정기검사를 통해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경우 20년에 추가 20년을 더 허가해 주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선 문제가 없음을 입증해야 하고 규제기관(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합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40년은 가동 초기의 허가 기간으로 보는 게 옳다”면서 “자동차 정기점검을 하듯이 원전의 첫 정기점검 기간이 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리 2호기는 첫 운전 면허를 갱신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갱신 제도가 아니어서 ‘계속 운전’이라 부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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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12일 세종 모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용후핵연료의 95%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12일 세종 모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용후핵연료의 95%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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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규탄
고리원전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규탄 탈핵부산시민연대가 9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 핵발전소 내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 시설 설치를 확정한 한국수력원자력을 규탄하고 있다. 2023.2.9 탈핵부산시민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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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시민단체 등,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장기보관 촉구
환경시민단체 등,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장기보관 촉구 일본방사성오염수방류저지공동행동,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단체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일본 정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장기보관 요구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3.10 연합뉴스
후쿠시마 사고 당시 건식저장소
방사능 유출 피해 전혀 없어

정부가 원전 내 습식 저장소 포화에 따라 고리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한 데 대해 정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맨 앞에 있던 건식저장시설은 지진해일의 타격을 가장 먼저 입었지만 방사능 유출 피해가 전혀 없었다”면서 “건식저장시설은 5~10년 뒤 수조에서 꺼내 그냥 세워 두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물에 담가 전기로 열을 식혀야 하는 습식저장소에 비해 전력 차단 등 유사시에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고준위방폐장특별법 국회 처리와 함께 부지선정부터 완공까지 37년이 걸리는 만큼 건식저장시설이 영구저장시설로 바뀌는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법에다가 언제 꺼내서 옮길지 등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들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법이 없으면 정권에 따라 모든 게 유동적일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신속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 고리·월성 원전에서 12~26㎞ 떨어진 곳에 규모 6.5 이상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 발견된 데 대해 “찾으면 더 나올 수 있고 작은 건 잘 안보이기도 한다”면서 “지금의 내진설계(6.5 이상)를 바꿀 필요가 없는 작은 단층으로 새로운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원안위가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삼중수소를 제외한 62개 핵종의 기준치 이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사고 당시 세슘의 100만분의1 수준이고, 후쿠시마 방류지점에서 10㎞ 벗어나면 바다의 삼중수소(0.1베크렐) 농도가 민물(1베크렐) 수준과 같아진다”면서 “일본의 오염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미국과 캐나다 규제 기관도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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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임박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후쿠시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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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규탄 기자회견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규탄 기자회견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이틀 앞둔 9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활동가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차는 시기를 고려해 이르면 올봄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2023.3.9 연합뉴스
글·사진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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