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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뿔쇠오리 4마리 사체 발견…고양이 공격 추정 근거는

마라도 뿔쇠오리 4마리 사체 발견…고양이 공격 추정 근거는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3-02-24 15:49
업데이트 2023-02-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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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쇠오리 4마리,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사체로 발견
일부 동물단체 “고양이 반출, 몰살로 이어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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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라도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
제주 마라도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 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의해 발견됐다. 최근 뿔쇠오리들이 번식을 위해 마라도로 날아들고 있다. 2023.2.24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잇따른 철새 공격으로 길고양이 반출이 예정된 제주 마라도에서 또 길고양이의 사냥 때문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들이 발견됐다.

야생동물연구센터 “남은 부위로 볼 때 고양이 공격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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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고양이의 모습. 최창용교수 제공
마라도 고양이의 모습. 최창용교수 제공
24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이 지역은 뿔쇠오리가 마라도에서 주로 머무는 곳이다.

센터 관계자는 “뿔쇠오리 사체가 마구 찢긴 채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겨진 것으로 보건대 길고양이가 공격해 먹어 치운 것으로 보인다”며 “고양이는 조류 등의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된 곳은 뿔쇠오리가 주로 몰려들고 동시에 고양이가 접근하기에도 수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매는 절벽으로 먹이 옮기는 습성…쥐는 날쌔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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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찍은 뿔쇠오리의 모습.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찍은 뿔쇠오리의 모습.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일부 동물단체가 뿔쇠오리의 죽음에 고양이보다 까치나 매, 쥐 등의 공격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이날 뿔쇠오리를 매나 쥐가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매는 뿔쇠오리를 사냥하면 잔디밭 등 탁 트인 초원에서 잡아먹지 않고 절벽 등으로 옮겨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고, 쥐는 뿔쇠오리를 잡아먹을 정도로 날쌔거나 힘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해마다 2월 말부터 4월까지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된다고 전했다.

올해도 최근 뿔쇠오리가 마라도로 오기 시작했는데,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가 뿔쇠오리 사체를 발견한 것은 이날이 올 들어 처음이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뿔쇠오리가 마라도로 날아들기 시작하면서 고양이가 먹잇감인 뿔쇠오리 사냥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마라도 길고양이 섬 밖 반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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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 서식하는 뿔쇠오리가 날개를 다쳐 붕대로 감싸져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공
마라도에 서식하는 뿔쇠오리가 날개를 다쳐 붕대로 감싸져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공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는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새다. 보통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에 날아들기 시작한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동물보호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 마라도의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지난 17일 의견을 모았다.

협의체는 준비가 끝나는 대로 되도록 이른 시일 내 반출을 시작할 방침이다. 지난해 5월 기준 서귀포시가 추산한 마라도 내 길고양이는 110여 마리에 달한다.

일부 동물단체 “고양이보단 매·쥐의 공격에 취약”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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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고양이 몰살 위협 중단하라”
“마라도 고양이 몰살 위협 중단하라”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재청 등의 마라도 고양이 반출 결정에 대해 우려하며 근거 자료 제시와 안전한 보호 방안 수립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2.21
연합뉴스
그러나 일부 동물단체들은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지난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몰아내야 할 만큼 뿔쇠오리 멸종에 고양이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해상에서 살며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하기 때문에 고양이보다는 까치, 매, 쥐 등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뿔쇠오리 등 섬에 서식하는 야생생물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함께하지만, 문화재청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 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며 “대책 없는 고양이 반출은 곧 고양이 몰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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