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꿀벌 실종, 기후 변화 아닌 방제제 내성 생긴 ‘응애’ 때문”

정부 “꿀벌 실종, 기후 변화 아닌 방제제 내성 생긴 ‘응애’ 때문”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2-22 18:52
업데이트 2023-02-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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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꿀벌 피해 원인·재발 방지 대책 발표

작년 12월 봉군 전년비 8.2% 감소
진드기 일종 꿀벌 해충 ‘응애’ 지목
적기 방제 안한 농가도 책임 부여
“기후 변화 직접 연관성 입증 안돼”
양봉업계 공익직불금 도입 요구에는
“3월 연구용역 결과 보고 판단”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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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꿀벌 폐사 피해의 주요 원인이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니라 방제제에 내성을 지닌 응애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꿀벌 폐사 피해의 주요 원인이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니라 방제제에 내성을 지닌 응애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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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자료 사진. 픽사베이
꿀벌 자료 사진. 픽사베이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 문제가 아니라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꿀벌 해충 ‘응애’를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대대적인 응애 방제를 통해 응애 확산을 막는 한편 꿀벌 폐사로 피해를 본 농가들에게 입식비와 사료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양봉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공익직불금 대상으로 포함시켜달라는 양봉업계 요구에는 다음 달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 “응애, 가장 직접적 원인”
“양봉 농가 적기에 방제 안하고
과다 방제제로 방제 효과 하락”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꿀벌 피해 농가의 조기 회복을 지원하고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 이런 내용이 담긴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꿀벌 사육 봉군 수는 약 247만 봉군으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8.2% 줄었다. 이는 월동 전인 지난해 9∼11월 40만~50만 봉군에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봉군은 여왕벌이 있는 벌통을 의미한다.

농식품부는 양봉농가에서 오랜 기간 ‘플루발리네이트’ 성분의 방제제를 널리 사용하면서 이 성분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확산해 꿀벌 폐사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는 꿀벌 전염병인 꿀벌응애감염증을 일으키는 해충이다. 응애는 꿀벌의 애벌레나 등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먹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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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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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농가 벌통에서 움직이고 있는 꿀벌들. 픽사베이 제공
양봉 농가 벌통에서 움직이고 있는 꿀벌들. 픽사베이 제공
농식품부는 꿀벌 폐사의 책임이 일정 부분 농가에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농가들이 방제 적기인 7월에 꿀,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등 양봉산물 생산을 위해 방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고 응애가 이미 확산한 뒤 방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해 꿀벌 면역력을 낮춰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피해 원인으로 추정하는 기후 변화는 이번 꿀벌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가 문제였다면 모든 농가에 비슷한 피해가 발생해야 하지만 지난해 4~8월 농가를 추적 조사해보니 관리를 잘한 농가들에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 관리 잘한 농가 피해 없어”

김 국장은 “꿀벌 피해 발생은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며 농가에서 방제 적기에 방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제제 과다 사용 등 방제제 사용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방제 효과를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꿀벌 폐사가 전년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며 나비, 야생벌 등의 화분매개 비중이 커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으로 양봉 산업 기반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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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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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제 지급하라!” 상여 메고 행진하는 양봉 농가
“직불제 지급하라!” 상여 메고 행진하는 양봉 농가 사단법인양봉관리사협회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 증발 국가재난 인정과 직불제 지급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2023.2.15 연합뉴스
월동 피해에도 꿀 생산 전년비 43%↑
양봉 사육 밀도 세계 최고…일본의 34배

실제 월동 피해가 컸던 지난해에도 봉군수가 회복해 꿀 생산량이 전년(1만 6000t)보다 43%, 평시(2만t)보다 15% 증가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월동이 끝나면 1만 2000마리였던 꿀벌이 한 달 만에 5만 마리로 증가한다”면서 “아카시아 나무 등 벌들이 꿀을 딸 수 있는 밀원에 비해 벌통 수가 너무 많고 양봉 사육 밀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양봉 사육밀도는 ㎢당 21.8봉군으로 일본(0.64봉군)의 34배, 미국(0.27봉군)의 80배 수준이다.

국내 사육봉군 수는 2000년 124만 봉군에서 2010년 170만 봉군, 2021년 269만 봉군으로 늘어났다. 일본은 지난해 24만 2000봉군, 캐나다는 2021년 81만 봉군을 사육해 국내보다 크게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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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제공
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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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개발
농진청,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개발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분매개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개발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화분매개벌은 농작물 생산을 위해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 수정을 돕는 벌로 꿀벌, 뒤영벌 등이 있다. 2023.2.15 연합뉴스
6~10월 응애 집중 방제기간
최대 1000만원 경영자금 지원
사료비·입식비 지원…말벌 퇴치에 6억

올해 꿀벌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6∼10월을 ‘집중 방제기간’으로 운영하고 응해 저항성 품종과 친환경 꿀벌 응애 구제약품을 개발하는 등 응애 방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3만여 농가에 방제약품을 신속히 공급하고 최대 1000만원의 농축산경영자금(이율 2.5%)을 지원한다.

사육 봉군의 절반 이상을 잃는 등 피해가 큰 농가를 위해 4월말까지 벌통을 조기 지급하고 농가의 양봉사 현대화와 질병 저항성이 우수한 여왕벌 보급, 보온력이 우수한 이피피(EPP) 벌통 지원도 검토한다. 농촌진흥청은 온도와 습도 관리로 꿀벌 활동량이 1.6배 많고 생존 기간은 65%로 늘린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을 개발해 올해 8개 시·군에 200여개 벌통을 시범 보급할 계획이다. 격월로 실시하던 병해충 예찰도 격주로 당기로 조사 표본도 지난해 99개 농가에서 올해 1200개 농가로 확대했다.

다만 방제에 소홀한 농가에는 정책자금 지원대상 선정 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꿀벌을 물어죽이는 말벌에 대해서도 6억원을 투입해 퇴치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양봉업계의 공익직불금 도입 요구에는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과 직불금 운영 방식,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3월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와 추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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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증발 국가재난 인정하라!”
“꿀벌 증발 국가재난 인정하라!” 사단법인양봉관리사협회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 증발 국가재난 인정과 직불제 지급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15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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