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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김건희 칼춤’ 풍자화 국회 전시 철거…野의원들 반발

‘尹·김건희 칼춤’ 풍자화 국회 전시 철거…野의원들 반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3-01-09 14:41
업데이트 2023-01-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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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무소속 의원 주관 ‘풍자화 전시회’ 예정
국회사무처 ‘개인 비방 판단’ 작품 철거

9~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굿 바이 展 in 서울’에 전시될 한 작품.  고경일 상명대 교수 페이스북
9~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굿 바이 展 in 서울’에 전시될 한 작품.
고경일 상명대 교수 페이스북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던 풍자화 작품들이 국회사무처 판단으로 철거되자 주최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민형배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 30여명의 그림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헤어질 결심’ 패러디한 ‘해먹을 결심’
9~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굿 바이 展 in 서울’에 전시예정이었던 작품.  작가 SNS 캡쳐
9~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굿 바이 展 in 서울’에 전시예정이었던 작품.
작가 SNS 캡쳐
전시작품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체의 거인으로 묘사돼 김건희 여사와 함께 거대한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긴 작품이 포함됐다. 스페인 화가 고야의 ‘거인’과 비슷한 구도의 작품이다.

또 술병이 나뒹구는 바닥에 윤 대통령이 쓰러져 있고, 김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그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진 작품, 영화 ‘헤어질 결심’의 포스터를 패러디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천공 등이 등장하고 ‘대통령실·사저 공사 수의계약 해먹을 결심’이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도 있었다.

논란을 예상한 국회사무처는 전날 오후 7시쯤부터 세 차례 공문을 보내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 제6조 제5호를 위반할 수 있는 작품은 전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로비의 사용을 허가했다”면서 전시작품의 자진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9~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굿 바이 展 in 서울’에 전시될 작품들.  고경일 상명대 교수 페이스북
9~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굿 바이 展 in 서울’에 전시될 작품들.
고경일 상명대 교수 페이스북
국회사무처 내규는 ‘사무총장이 다음 각 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내규 제6조 5항에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라고 명시돼 있다.

국회사무처를 이끄는 사무총장은 민주당 출신인 이광재 전 의원이다.

전시 주관 의원들 “표현의 자유 짓밟아”
“국회사무처, 윤 정권 풍자작품 무단철거…표현의자유 짓밟아”
“국회사무처, 윤 정권 풍자작품 무단철거…표현의자유 짓밟아”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전시될 풍자 작품들이 기습 철거된 것과 관련해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무소속 윤미향·민형배 의원 등 야당 12명의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회사무처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국회의원회관에 설치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 철거했다”고 밝혔다. 2023.1.9
연합뉴스
전시를 공동 주관한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사무처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전시작품 80여점을 무단철거했다”면서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 권력,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 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 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면서 “탈법·위법·불법·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면서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레짐작 자기검열은 국회 사무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무총장을 감독하는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이제라도 의장은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가닿을 수 있도록 철거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7년엔 ‘박근혜 누드화’ 논란
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을 국회에서 전시하는 문제로 촉발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월 표창원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1층에서 ‘곧, BYE(바이)! 展’이라는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가 열린 바 있다. 당시엔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표현한 작품 ‘더러운 잠’이 논란이 됐다. 침대에 누워 있는 벌거벗은 여성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하녀의 얼굴에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를 각각 합성했다.

당시 여당(현 국민의힘)의 여성 의원들은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박 대통령의 무능과 권력 비리인가, 여성 대통령이라는 것에 대한 비하와 혐오인가”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결국 보수단체 회원들이 ‘더러운 잠’을 벽에서 떼어낸 뒤 바닥에 던져 액자를 부수고 그림을 훼손했다. 이들은 재물손괴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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