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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앞선 세대의 책임’을 처음 말한 기업/최이현 사회적기업 모어댄 대표

[기고] ‘앞선 세대의 책임’을 처음 말한 기업/최이현 사회적기업 모어댄 대표

입력 2022-11-17 20:24
업데이트 2022-11-1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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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현 사회적기업 모어댄 대표
최이현 사회적기업 모어댄 대표
2050년은 국내외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대전환의 시기다.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을 물려주겠다고 약속한 시기다.

탄소중립은 탄소의 순배출량을 없애는 것이다. 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이 숨 쉬고, 축사의 소가 트림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쌓인다. 하지만 균형이 깨졌다. 200년 가까이 물질적 풍요에 취했던 인류는 북극 빙하가 녹고, 섭씨 40도를 넘는 ‘살인더위’를 맞고서야 자신들이 무얼 해 왔는지 깨달았다. 우리가 아무 행동을 하지 않거나 무시한다면 그것은 우리와 다음 세대를 스스로 죽이는 행동이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와 기업 누구도 2049년까지 쌓일 탄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2021년 한 해에만 이산화탄소 330억t이 대기 중에 쌓였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30여년 동안 쌓일 탄소가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 앞선 세대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쌓아 온 탄소는 그대로 두면서 미래 세대에게만 탄소 배출 감축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올 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를 발표했다. 모든 시간의 탄소중립을 뜻하는 것으로, 누적시킨 탄소까지 책임지겠다는 파격적 선언이다.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정유·화학업이 주력인 이 회사는 이미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회사가 세워진 1962년부터 2049년까지 쌓인 탄소들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목표 연도는 설립 100주년인 2062년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1252만t, 2020년 1209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석유 소비가 수십년간 계속될 전망이고, 화학 또한 인류 생활에 꼭 필요해 쓰임새가 커지는 걸 감안하면 올 타임 넷제로는 막연함을 넘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다. “가장 쉬운 탄소중립은 사업을 접거나 파는 것”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회사는 정제에 필요한 동력으로 벙커C유 보일러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쓰고, 폐플라스틱에서 새 화학재료를 얻고,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해 묻거나 합성원유로 만들면서 2051년부터 2062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마이너스(-)로 만들겠다는 꿈을 시작했다.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121만t으로 줄이는 등 탄소중립에 필요한 퍼즐을 조금씩 맞춰 가고 있다.

이는 회사의 근간을 ‘탄소 흡수 업종’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모어댄 같은 사회적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에 영감을 주는 훌륭한 사례다. 이 선언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지구환경에 대한 진정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의미하고 앞선 세대의 책임을 실천하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2022-11-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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