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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지 않을 권리”…난관 절제한 여성에 비난 쇄도

“임신하지 않을 권리”…난관 절제한 여성에 비난 쇄도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2-11-15 07:09
업데이트 2022-11-1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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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적합한 삶 선택할 권리” 
“자유로운 성관계 목적” 모욕
비연애·비혼·비출산 움직임도

‘유방절제 흉터’ 졸리의 벽화,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유방절제 흉터’ 졸리의 벽화,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프란체스카 과치 SNS
프란체스카 과치 SNS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모든 여성은 자신에게 적합한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탈리아 피트니스 강사인 프란체스카 과치(28)는 5년 전 베로나의 한 병원에서 양측 난관 절제술을 받았다. 안젤리나 졸리처럼 가족력이 있어 절제한 것은 아니다. 과치는 임신하지 않기 위해 난관을 뗐다고 고백했다. 그는 “피임 기구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모든 관계에 임신의 공포가 따라다녔다. 결코 평온하거나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아이에게 집중하고 온전히 나를 내주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삶에서 아이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과치의 고백에 SNS에는 비난의 댓글이 달렸다. 이기적이라는 댓글부터 문란한 성관계를 하고 싶냐는 모욕적인 글도 많이 달렸다. 과치는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내 결정을 후회하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체외 수정을 통해 임신 및 출산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24명(2020년 기준)으로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다음으로 가장 낮다. 우리나라의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1층 갤러리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를 위한 사진 프로젝트 : Battle ground 269’ 모습. 한국여성민우회는 사진작가 혜영과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보름간 낙태죄를 규정한 헌법 269조를 폐지하자는 의미에서 여성의 몸에 낙태죄 폐지 메시지를 적은 269장의 사진을 전시했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1층 갤러리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를 위한 사진 프로젝트 : Battle ground 269’ 모습. 한국여성민우회는 사진작가 혜영과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보름간 낙태죄를 규정한 헌법 269조를 폐지하자는 의미에서 여성의 몸에 낙태죄 폐지 메시지를 적은 269장의 사진을 전시했다.


한국도 저출산 문제 심각하지만
이성애자 청년들 사이 ‘4B’ 회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로 유일하게 0명대다. 2018년 0.98명, 첫 0명대로 떨어진 이후 한 차례도 1명대로 올라오지 못했다. 통계청은 2024년에는 0.7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은 2015년생 출생아 수는 약 43만명이다.

그렇지만 연애, 결혼, 출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비연애·비혼·비출산·비섹스를 줄여 부른 ‘4B’ 운동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실제 관련 통계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지난해 12월 조사 ‘연애 시작이 어려운 이유’ 결과를 보면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7.8%였다. 여성은 48%로 남성 67.6%에 비해 훨씬 낮았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주도해 쓴 보고서 ‘청년관점의 젠더갈등 진단과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 연구’를 보면 현재 연애하고 있지 않은 만19~34세 청년세대 중 ‘앞으로도 연애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람은 21.4%에 달했다. 남성의 17.3%가 연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것과 달리 여성 중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26.8%로 높은 편이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19년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여성은 57%인데 남성은 37.6%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 20~44세 미혼 여성은 19.5%에 그쳤지만 남성의 33.6%는 ‘그렇다’고 답했다. 맞벌이 가구 여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87분이지만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54분에 그친다는 점도 이같은 현상을 심화시키는 이유로 지적된다. 여성이 혼자 돈을 벌어오는 가정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가사 노동시간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임신중단 권리는 미국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공화당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의식해 임신중단 허용 여부는 주 차원의 권한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이 연방의회 권력을 잡으면 임신중단 권리를 연방 차원에서 금지시킬 것이라면서 투표를 독려해 왔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이번 중간선거에 투표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27%가 임신중단 문제가 투표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이라고 답했다. 32%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에 뒤를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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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수백명의 사람들이 백악관을 향해 가두시위를 벌이고 약 1시간 동안 워싱턴주법 위반과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백악관 앞에서 낙태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수백명의 사람들이 백악관을 향해 가두시위를 벌이고 약 1시간 동안 워싱턴주법 위반과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백악관 앞에서 낙태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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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 이틀 후인 26일(현지시간)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수도 워싱턴DC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 이틀 후인 26일(현지시간)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수도 워싱턴DC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난소암 예방적 수술로 알려져

난소암은 여성 생식기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5년 생존율만 비교해 봐도 유방암은 90%에 이르지만, 난소암은 44.2%에 불과하다. 난소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전이와 재발이 쉽기 때문이다.

대장과 위암 등의 경우 장기 내부에 암이 생겨 조기에 발견만 하면 전이 위험을 막을 수 있지만 난소는 겉 표면에 생겨 주변에 바로 복막이나 난관 등에 전이가 쉽다.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한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예측, 만일 위험도가 높을 경우 미리 난소와 난관을 절제하는 것이 제일 큰 예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난소암은 가족력의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유전적 돌연변이 BRCA1, BRCA2를 가졌다면 유방암은 85%,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44% 높아진다.

BRCA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가족력이 있거나 본인이 난소암 또는 BRCA 변이 위험이 높은 유방암을 진단받았을 때다. 부모가 BRCA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자녀에게 변이가 유전될 확률은 50%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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