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폭식 사회/이광석 지음/인물과사상사/264쪽/1만 7000원
별점이 영세업 생존 좌우하고
알고리즘이 택시의 노동 결정
시장·자본 이어 의식까지 독점
정부의 무분별한 디지털 의존
공공·주체적 기술로 극복해야
‘디지털 폭식 사회’의 표지 일러스트. 심해어 머리에 매달린 작은 화면은 휴대전화 화면 등의 온갖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불빛을 미끼로 활용하는 심해어처럼 본모습을 숨긴 채 인류 사회를 제 아가리로 유인하는 디지털 기술을 묘사하고 있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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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폭식 사회’는 인류의 삶 깊숙이 파고든 기술만능주의와 기술이 끼치는 독성, 폭력 등을 비판한 책이다. 뭔가 문제가 있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라는 건 인식하고 있지만 뭐가 문제인지 헷갈려 하는 이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알려 주고 개선 방향까지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저자는 카카오톡을 국가기간망의 자리에 올려놓은 책임도 상당 부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신경증에 있다고 본다. 시장 포식자를 방관한 것도 모자라 ‘카카오톡 알림’ 등 카카오 플랫폼에 각종 공적 서비스를 얹혀 연동하는 관행을 이어 왔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대 플랫폼 공룡을 국가가 나서서 키운 꼴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를 국가 인프라로 취급할수록 정부가 강력한 반독점 규제 정책을 펴기는 어려워진다. 저자는 “‘디지털 뉴딜’이란 신기루를 좇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를 내세우는 걸 보면 우리의 기술 미래는 더 암울하다”며 “진정 현 정부가 국민과 새로운 민주적인 정책 합의(뉴딜)를 이루고자 한다면, 삶의 생태 조건을 회복하고 약자들을 살리고 디지털 인권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대전환’을 구상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배달 앱의 직선거리 경로(왼쪽)와 내비게이션 추천 경로(오른쪽). 갈 수 없는 길을 최단 경로로 설정해 노동 효율성을 평가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비인간적인 면이 드러난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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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 사회가 지향하는 기술 혁신의 철학과 방향을 수시로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며 “청정의 비물질인 양 가장하는 첨단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독성 효과를 풀 방도를 마련하고, 플랫폼 알고리즘 등 디지털 기술이 노동자와 시민의 심신에 미치는 ‘독성’의 제거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2022-11-11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