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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멈춘 날 대한민국도 멈췄다… 디지털 기술, 일그러진 우리의 영웅

카카오 멈춘 날 대한민국도 멈췄다… 디지털 기술, 일그러진 우리의 영웅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2-11-10 17:28
업데이트 2022-11-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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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폭식 사회/이광석 지음/인물과사상사/264쪽/1만 7000원

별점이 영세업 생존 좌우하고
알고리즘이 택시의 노동 결정
시장·자본 이어 의식까지 독점

정부의 무분별한 디지털 의존
공공·주체적 기술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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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폭식 사회’의 표지 일러스트. 심해어 머리에 매달린 작은 화면은 휴대전화 화면 등의 온갖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불빛을 미끼로 활용하는 심해어처럼 본모습을 숨긴 채 인류 사회를 제 아가리로 유인하는 디지털 기술을 묘사하고 있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디지털 폭식 사회’의 표지 일러스트. 심해어 머리에 매달린 작은 화면은 휴대전화 화면 등의 온갖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불빛을 미끼로 활용하는 심해어처럼 본모습을 숨긴 채 인류 사회를 제 아가리로 유인하는 디지털 기술을 묘사하고 있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디지털 기술이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그린 영화가 많다. ‘엑스 마키나’도 그중 하나다. 매력적인 여성 인공지능이 자신의 창조주와 연인처럼 굴던 남성 둘을 완벽하게 물 먹인 뒤 통제 공간을 벗어나 인간 세상으로 나간다는 게 대략의 얼개다. 이 영화에서처럼 기술이 자신의 삶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쯤은 세상 모든 이들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없다. 지난달 빚어진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사용자 200만명 정도가 유사 앱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이 같은 탈카카오 현상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용자들의 저항이 모여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디지털 폭식 사회’는 인류의 삶 깊숙이 파고든 기술만능주의와 기술이 끼치는 독성, 폭력 등을 비판한 책이다. 뭔가 문제가 있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라는 건 인식하고 있지만 뭐가 문제인지 헷갈려 하는 이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알려 주고 개선 방향까지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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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한국 사회를 ‘디지털 기술 폭식의 특징들을 가장 극단의 방식으로 보여 주는 스펙터클한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다. 별점이 영세업자의 생존을 좌우하고, 공유 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기사의 노동 방식을 길들이고, 플랫폼 알고리즘이 사회의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혐오와 적대의 정치문화를 배양하고, 소비자의 평점과 댓글이 플랫폼 노동 수행성의 척도로 쓰인다. 여기에 시장 독점과 자본 축적을 넘어 중독과 의존을 유발하며 일종의 ‘의식 독점’까지 꾀하고 있다.

저자는 카카오톡을 국가기간망의 자리에 올려놓은 책임도 상당 부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신경증에 있다고 본다. 시장 포식자를 방관한 것도 모자라 ‘카카오톡 알림’ 등 카카오 플랫폼에 각종 공적 서비스를 얹혀 연동하는 관행을 이어 왔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대 플랫폼 공룡을 국가가 나서서 키운 꼴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를 국가 인프라로 취급할수록 정부가 강력한 반독점 규제 정책을 펴기는 어려워진다. 저자는 “‘디지털 뉴딜’이란 신기루를 좇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를 내세우는 걸 보면 우리의 기술 미래는 더 암울하다”며 “진정 현 정부가 국민과 새로운 민주적인 정책 합의(뉴딜)를 이루고자 한다면, 삶의 생태 조건을 회복하고 약자들을 살리고 디지털 인권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대전환’을 구상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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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의 직선거리 경로(왼쪽)와 내비게이션 추천 경로(오른쪽). 갈 수 없는 길을 최단 경로로 설정해 노동 효율성을 평가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비인간적인 면이 드러난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배달 앱의 직선거리 경로(왼쪽)와 내비게이션 추천 경로(오른쪽). 갈 수 없는 길을 최단 경로로 설정해 노동 효율성을 평가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비인간적인 면이 드러난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책은 별다른 성찰 없이 디지털 신기술을 흡입하는 우리 사회의 과잉 경향을 여러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1장은 메타버스와 아바타, 챗봇 이루다, 클럽하우스 등 우리 사회를 달궜던 기술문화 현상들이 대상이다. 2장은 알고리즘의 무자비성과 노동 인권 등을, 3장은 이른바 ‘한국형 뉴딜’과 ‘스마트 시티’ 등 중장기 기술 정책에 대해 비판한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발한 4장을 지나 5장에선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공공 데이터를 사회 혁신의 방향으로 이끄는 공동체 자치, 기술민주주의의 지향점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 사회가 지향하는 기술 혁신의 철학과 방향을 수시로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며 “청정의 비물질인 양 가장하는 첨단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독성 효과를 풀 방도를 마련하고, 플랫폼 알고리즘 등 디지털 기술이 노동자와 시민의 심신에 미치는 ‘독성’의 제거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2022-11-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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