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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도 금리 못 올리는 日 “아베노믹스 실패 인정 못해”

킹달러에도 금리 못 올리는 日 “아베노믹스 실패 인정 못해”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2-10-18 15:39
업데이트 2022-10-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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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강달러로 우리나라 원화를 비롯해 일본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외환을 대거 소진하면서 도미노 위기에 내몰렸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쌓여 있는 달러화와 엔화. 뉴시스
슈퍼 강달러로 우리나라 원화를 비롯해 일본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외환을 대거 소진하면서 도미노 위기에 내몰렸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쌓여 있는 달러화와 엔화. 뉴시스
엔달러환율이 18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49엔대까지 오르는 등 엔화 가치가 또다시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영국은 감세안을 철회하는 등 달러화 초강세인 ‘킹달러’(King Dollar)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손보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면서 엔달러환율이 150엔대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이 한때 149엔대까지 치솟은 것은 일본의 장기 불황 직전이자 ‘거품 경제’ 후반이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NHK는 “영국의 감세안 철회 발표로 재정악화 우려가 누그러진 가운데 영국의 파운드화가 환매되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강해졌다”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만 해도 엔달러환율은 110엔대였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엔달러환율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18일 현재 엔달러환율을 올해 1월 초와 비교하면 약 30% 가까이 상승했다.

엔화와 파운드화,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차이로 각 통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면서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리며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달 22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대한 일본 안팎의 우려는 크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진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엔화 가치 하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2013년 4월 아베 2차 내각 때부터 시작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해소하고 성장 회복과 고용 증가라는 의미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달러화가 엔화를 비롯한 모든 통화를 상대로 강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금리 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데는 역으로 일본 경제의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은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집중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과 똑같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금리 차이에 따른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는 어렵다”며 “일본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2020년 기준 여성 54.4%, 남성 22.2%) 기업은 임금을 올리려 하지 않고 있어 금리 인상 시 소비 위축으로 불황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는 8.2%, 한국은 5.6% 각각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은 8월 2.8% 상승했다.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1026조엔(약 9788조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일본 국채에 대한 이자 지불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1년 예산의 25%를 국채 원리금을 갚는데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올리지 못하자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버티려 하고 있지만 환율 방어 효과는 일시적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 2380억 달러(약 1747조원)으로 전월 말보다 4.2% 줄었는데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미국채를 대량 매각해 엔화를 사들이는 환율 개입에 나서면서 감소한 것이다. 김 주임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금리를 올리게 되면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고 보고 버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주요 국가들의 합의를 통해 달러화 약세를 이끌어낸 1985년 플라자합의처럼 이번에도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시장개입을 통해 킹달러를 방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이 부정적으로 나서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달러화 강세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달러화 강세를 막기 위해 각국이 함께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조차 없애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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