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솔리니’ 멜로니 총리 확실
우파연합 40%대 득표 총선 승리
4%대 군소정당서 4년 만에 ‘파란’
미혼의 워킹맘·반지의 제왕 광팬
“모든 이탈리아인 위한 정치 할 것”
伊 극우정권 탄생…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웃었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우파 연합을 이끌고 승리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로마에 있는 당 선거본부에서 ‘감사합니다. 이탈리아’라고 적힌 종이카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우파 연합의 과반 의석 확보로 유로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선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정권이 탄생했다.
로마 AP 연합뉴스
로마 AP 연합뉴스
멜로니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뒤 “이 나라 통치에 대한 부름을 받는다면 우리는 모든 이, 모든 이탈리아인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1977년 로마 노동자계급 지역인 가르바텔라에서 나고 자랐다. 회계사였던 아버지는 그가 열한 살 때 가족을 떠났으며 바텐더·보모 등 다양한 일을 했던 멜로니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열다섯 살엔 무솔리니 지지자가 창설한 파시스트 성향의 정당 ‘MSI’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2012년 MSI를 이어받은 FdI를 창당해 2014년부터 대표가 됐다. 멜로니를 ‘여자 무솔리니’로 칭하는 이유다. 결혼 없이 언론인 안드레아 잠브루노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2018년 총선에서 득표율 4%였던 군소정당 대표 멜로니가 유로존 3위 경제 대국 차기 총리에 다가선 과정은 드라마 같다. 2019년 10월 동성 육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나는 여자이고, 엄마이고, 이탈리아인이고, 크리스천이다”라고 외친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1200만회를 기록하며 인지도를 높인 게 출발점이었다.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성할 때 합류를 거부했는데 드라기의 실각으로 되레 대안으로 떠오르는 행운도 얻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백인 인간과 호빗들이 유색 피부에 기괴하게 생긴 오크들을 물리친다는 서사 때문에 ‘인종 편견’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탈리아 우파의 승리는 스웨덴(스웨덴민주당), 프랑스(국민연합)에 이은 최근의 유럽 극우 세력 부상과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정권에 분노한 민심이 우파 표심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백민경 기자
2022-09-27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