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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참을성 없다고? 실체 없는 편견이 키운 갈등

MZ세대는 참을성 없다고? 실체 없는 편견이 키운 갈등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2-09-01 19:52
업데이트 2022-09-0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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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감각/바비 더피 지음/이영래 옮김/어크로스/408쪽/1만 8000원

MZ, X세대보다 직장충성도 높아
갈수록 부와 일자리 등 격차 심화
결혼·출산 등 생애주기 변화 당연
출생 시점으로 성향 구분은 착각


연령과 정치 성향은 긴밀하지만
갈라치기는 공통 비전에 걸림돌
통념에 가려진 시대 변화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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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당대 젊은이들에 대해 “연장자가 들어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부모의 말을 거스르고, 식탁에서 맛있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비 더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세대를 쉽게 구별 짓고 오해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신문 DB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당대 젊은이들에 대해 “연장자가 들어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부모의 말을 거스르고, 식탁에서 맛있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비 더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세대를 쉽게 구별 짓고 오해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신문 DB
지난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MZ세대(국내 기준 2030)가 진보 성향을 보여 온 4050세대보다 보수적이라는 통념이 생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개인화된 MZ세대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가늠해 보는 ‘MZ력 테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언제 태어났는지가 그 사람의 성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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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더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 소장은 저서 ‘세대 감각’을 통해 출생 시점만을 기준으로 삼는 이야기들이 세대에 대한 편견과 고정 관념을 증폭하고 사회 변화의 진짜 중요한 신호들을 놓치게 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전 세계 300만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세대의 특징을 단순화해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도 베이비부머(저자 분류 기준으로 1945~1965년생)는 젊은 세대의 미래를 훔친 ‘이기적 소시오패스’이고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생)는 ‘자기애에 빠진 나약한 공상가’이자 ‘물질주의적’이라는 낙인이 있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직장 충성도가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영국 레절루션 재단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자발적 이직율은 X세대(1966~1979년생)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에 비해 20~25% 낮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안정된 일자리가 희소해진 탓이다.

주목할 사실은 세대 간 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탈리아에서 X세대는 45~49세에 같은 나이였을 때의 베이비부머보다 실질 소득이 11% 낮았고, 밀레니얼 세대는 30~34세에 X세대보다 17% 낮았다. 최근 수십년에 걸쳐 세계적으로 주택 가격이 폭등했고, 청년층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요원해졌다. 젊은이들은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고자 일을 더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재정 전망이 어두워지는 시기에 돈을 중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결혼·출산과 같이 개인 생애 주기에서 발견되는 변화도 중요하다. 프랑스 여성이 결혼하는 평균 연령은 1980년 23세에서 2010년 32세가 됐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강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삶의 우선순위에서 결혼보다 자금과 경력이 중요해졌다. 기성세대는 출산율과 혼인율 하락의 책임을 젊은 세대에 돌리지만, 이는 지난 몇십년간의 큰 변화들이 주도한 장기적 추세의 결과다.

저자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겪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공화당)의 집권기에 18세가 된 사람은 수십년 뒤에도 민주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며 세대 간 정치적 추세가 존재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연령과 세대가 정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해도 여기서 단순한 설명을 찾으려는 유혹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당 정치가 특정 연령 집단의 지지에 의존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일정 인구 집단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면, 반대편은 줄어드는 상대의 지지 기반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상대의 극단주의를 과장한다. 정치인들이 세대 대결 구도를 조장하면 미래에 대한 공통의 비전을 갖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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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골프 라운딩 도중 샴페인을 즐기는 모습. MZ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골프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보여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기성세대는 소비 성향이 다르다고 편견을 갖기도 한다. 서울신문 DB
MZ세대가 골프 라운딩 도중 샴페인을 즐기는 모습. MZ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골프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보여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기성세대는 소비 성향이 다르다고 편견을 갖기도 한다.
서울신문 DB
불평등 심화, 경제 발전 지연, 정치 양극화, 기후변화 등은 세대마다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특정 세대에만 책임을 물릴 수 없는 시대적 쟁점이다. 저자는 허위의 고정 관념이 허위의 세대 전쟁을 키운다며 세대 문제에는 대중이 요구하는 더 나은 일자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 성장, 주택 시장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주택 수요를 지원하거나 더 많은 공공주택을 보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관인 ‘미래부’를 설립하는 것을 제언한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당대 젊은이들에 대해 “연장자를 무시하고 제멋대로”라고 비판했듯 세대에 대한 편견은 보편적이다. 전반적으로 서구 사회 현상을 다뤘지만, 세대에 관한 통념에 가려진 우리 시대 변화상을 짚어 가며 함께 고민할 수 있기에 국내 위정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하종훈 기자
2022-09-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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