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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물폭탄에 또 잠길라… 이재민 초긴장

500㎜ 물폭탄에 또 잠길라… 이재민 초긴장

최영권 기자
최영권,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9-01 22:22
업데이트 2022-09-0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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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둔 수해 주민 한숨

많게는 억대 자비 들여 겨우 복구
“보상 못 받았는데 다시 비… 걱정”
서울만 1561명 대피소 등서 생활

尹, 특별재난지역 7곳 추가 선포
괴물 태풍 ‘힌남노’ 다가오자… 제주 해변 거센 파도
괴물 태풍 ‘힌남노’ 다가오자… 제주 해변 거센 파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1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에 파도가 거세게 일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힌남노가 2일 밤까지 대만 동쪽과 일본 오키나와 주변 남해상에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풍이 통과하는 7일까지 지역에 따라 5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 뉴스1
지난달 8~9일 중부지방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된 시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2003년 9월 초강력 태풍인 ‘매미’를 연상케 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한다는 소식에 안절부절못했다. 시간당 50~100㎜의 비가 또 내리면 막 끝낸 복구 작업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제주에는 1일 오후 남부 앞바다 등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고 3일까지 많게는 300㎜ 넘는 비가 내릴 전망이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이날부터 6~7일까지 해안이나 산지가 있는 곳은 500㎜가 넘는 비가 올 수 있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박모(63)씨는 침수 피해 25일째인 이날 처음으로 집에서 잠을 잔다면서도 태풍 소식에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박씨는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피해보상 지원도 아직 제대로 이뤄진 게 없고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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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동작구 등 7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한 1일 침수 피해 복구 작업이 끝나지 않은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지하 건물 노래방에 사람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차 있다.  최영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동작구 등 7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한 1일 침수 피해 복구 작업이 끝나지 않은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지하 건물 노래방에 사람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차 있다.
최영권 기자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동생과 함께 1층 양곡점과 지하 노래방을 운영해 온 한경수(63)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구비해 둔 잡곡, 씨앗, 약재가 모두 물에 젖어 버렸고 진열대는 물에 떠내려가 버렸다고 했다. 지하 노래방은 천장까지 물이 들이차면서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 한겨울(60)씨는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중이고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한씨는 “피해 금액만 1억 5000만원 정도”라면서 “노래방은 폐업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장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이재열(66)씨는 침수 피해를 입은 뒤 주문제작한 진열장, 반짇고리, 카드단말기 등이 이제 도착해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이씨는 “재난지원금 200만원으로는 턱도 없다”면서 “최소한 피해를 복구하고 재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관악구 신사동주민센터 등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했던 강모(51)씨는 며칠 전에야 도배·장판 작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강씨는 중고로 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을 자비로 구매했으나 도배·장판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폭우로 옹벽이 붕괴된 동작구 극동아파트 105·107동 주민들은 전날부터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다만 안전 보강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일부 가구(120가구 383명)는 추석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주민 권모(70)씨는 “그날 이후 빗소리가 조금만 크게 들려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태풍이 온다는데 많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채모(27)씨는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채씨는 “회사 근처 호텔에서 생활하면서 모두 비용을 사비로 충당했는데 피해 보상이 늦어지고 있다”며 “하루 식비 2만 4000원, 숙박비 7만원을 보전해 주는데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서초구, 경기 여주·의왕·용인, 강원 홍천, 충남 보령 등 7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석 명절 전 재난지원금의 신속하고 차별 없는 집행을 당부했다.

서울시 이재민 현황을 보면 전날 기준 동작구 227명, 서초구 419명, 관악구 394명 등 총 1561명의 이재민이 민간숙박시설, 임시대피소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박상연 기자
2022-09-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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