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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언론 ‘일본해’ 표기, 매국노냐” 네티즌 분노에 ‘문해력’ 지적 나온 이유 [넷만세]

“국내언론 ‘일본해’ 표기, 매국노냐” 네티즌 분노에 ‘문해력’ 지적 나온 이유 [넷만세]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8-25 13:56
업데이트 2022-08-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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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 전폭기 KADIZ 진입 사건에
러 국방부 인용 “일본해(동해)” 보도
더쿠서 1000개 넘는 비난 댓글 쇄도
다른 커뮤니티들선 갑론을박 펼쳐져
“국내 정서 맞춰야” vs “바꾸면 잘못”
표적 된 한 언론사 카드뉴스는 수정

국내 언론들이 지난 23일 러시아 전투폭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사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일본해(동해)”라는 표현을 쓴 것을 그대로 인용해 일부 네티즌들의 비판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해당 발언을 인용한 A 언론사의 카드뉴스 영상 한 장면. A 언론사 페이스북 캡처
국내 언론들이 지난 23일 러시아 전투폭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사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일본해(동해)”라는 표현을 쓴 것을 그대로 인용해 일부 네티즌들의 비판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해당 발언을 인용한 A 언론사의 카드뉴스 영상 한 장면. A 언론사 페이스북 캡처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동해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다 이탈한 사건과 관련, 국내 언론들이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인용하면서 ‘일본해’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심심한 사과’라는 관용적 표현을 ‘지루한 사과’의 뜻으로 오독한 일부 네티즌들로 인해 ‘문해력 논란’이 인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지난 23일 국내 언론들은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2대의 러시아 전폭기가 동해 상공을 비행했고 이에 한국 공군 전투기들이 출격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여러 언론은 ‘러시아 국방부는 “2대의 전략폭격기 Tu95가 일본해(동해) 공해 상공에서 예정된 비행을 했다”면서 비행 구간의 특정 단계에서 한국 공군의 F16 전투기들이 출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하면서 큰따옴표 속에는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했다.

통상적으로 언론 보도에서 큰따옴표는 발화자가 한 말을 전할 때 사용되며 큰따옴표 안에 들어가는 문장은 발화자의 원래 표현과 의도를 살려서 되도록 그대로 기록된다. 큰따옴표 안 ‘워딩’을 기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실제 발언이나 의도와 다르게 바꾸는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인용문 내 ‘일본해(동해)’ 표기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이 빗발치자 A 언론사는 카드뉴스 영상 내 표기를 ‘동해’ 단독 표기로 수정했다. 다만 A 언론사의 인터넷 기사 내 표현은 그대로 유지됐다. A 언론사 유튜브 캡처
인용문 내 ‘일본해(동해)’ 표기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이 빗발치자 A 언론사는 카드뉴스 영상 내 표기를 ‘동해’ 단독 표기로 수정했다. 다만 A 언론사의 인터넷 기사 내 표현은 그대로 유지됐다. A 언론사 유튜브 캡처
이번 보도에서 국내 언론이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인용하며 큰따옴표 안에 ‘일본해(동해)’로 표기한 것은 러시아 측이 이 발표에서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지칭한 것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가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진행 중인 와중에 벌어진 러시아 전폭기의 카디즈 침입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향한 무력 시위로도 풀이될 수 있어 관련 보도에 사용되는 표현 역시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국내 언론이 동해로 쓸 수 있던 것을 불필요하게 혹은 의도적으로 일본해로 표기한 것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서는 관련 글에 1100여개의 댓글이 달렸고 절대다수는 일본해 표기에 대한 비난에 집중됐다. 약 3%가량의 댓글만이 기사 내 직접 인용 시 원문 표현을 살린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쿠 이용자들은 “왜 동해를 병기하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동해만 단독으로 써야지”, “매국노가 따로 없다”, “일본 정부한테 돈 받아라” 등 의견을 남기며 국내 언론의 일본해 표기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1000개 이상의 비판 댓글이 쏟아진 만큼 그 중엔 욕설과 조롱도 난무했다.

더쿠의 일부 소수 이용자들은 “러시아에서 일본해라는 표현을 쓴 것까지 알리는 내용 아닌가”, “러시아가 일본해라고 표현한 것에도 그 의미가 있는 거니까 그걸 우리 마음대로 동해라고 바꿔 적는 것 자체가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잘못된 전달이다” 등 의견을 남기기도 했지만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국내 언론이 인용 보도한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 기사 제목에 ‘일본해’(Sea of Japan) 표기가 보인다. 이 기사는 본문에 러시아 국방부 성명을 인용해 큰따옴표 안에 ‘일본해’를 표기했다. 스푸트니크통신 홈페이지 캡처
국내 언론이 인용 보도한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 기사 제목에 ‘일본해’(Sea of Japan) 표기가 보인다. 이 기사는 본문에 러시아 국방부 성명을 인용해 큰따옴표 안에 ‘일본해’를 표기했다. 스푸트니크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 과정에서 한 이용자는 “북한에서 김정일 수령님이라고 기사 낸다고 (국내 언론이) 그대로 쓰진 않잖아”라고 주장했고, 이에 또 다른 이용자는 북한 노동신문을 인용해 쓴 국내 언론 기사 일부를 가져와 큰따옴표 안에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위대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등 문장이 쓰인 것을 보여주며 이에 반박하기도 했다.

더쿠 이외의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일본해 표기를 비난하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인용문의 경우 그럴 수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인벤’에서는 “팩트만 인용하고 나머지는 국내 정서에 맞게 고쳐야지. ‘러시아가 이렇게 말했는데요?’라고 하면 그게 언론이냐”는 비판과 “그들(러시아 측)의 생각을 전달하는 게 독적인데 우리가 아니꼽다고 편한대로 해석할 거면 뭐하러 인용하냐”는 반박이 맞섰다.

최근 콘텐츠 전문 카페 ‘모펀’ 홍대AK&점이 웹툰 작가 사인회와 관련해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려다가 사과문 내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일부 네티즌들이 ‘지루한 사과’로 오독해 항의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문해력 논란’이 일기도 했다. 모펀 홍대AK&점 트위터 캡처
최근 콘텐츠 전문 카페 ‘모펀’ 홍대AK&점이 웹툰 작가 사인회와 관련해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려다가 사과문 내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일부 네티즌들이 ‘지루한 사과’로 오독해 항의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문해력 논란’이 일기도 했다. 모펀 홍대AK&점 트위터 캡처
‘클리앙’에서는 “(일본해 표기를) 인정해버리는 우리의 권리를 잃을 수 있다”, “타국에서 저렇게 부른다고 한국이 같이 따라 부르면 안 된다” 등 의견과 “전 세계 모든 뉴스에서 일본해라고 언급해도 국내 기사는 다 동해라고만 보도해야 된다는 건가. 그렇게 되면 전 세계가 다 동해라고 부른다고 우리 국민들은 잘못 알게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대립했다.

반면 일본해에 동해를 병기한 표기가 더 적절했다는 분위기의 커뮤니티도 있었다. ‘개드립넷’에서는 100개 이상 댓글이 달린 관련 글에 “논란 될 만하지만 동해에 대한 러시아의 견해를 알 수 있으니 오히려 잘한 부분인 듯”, “큰따옴표로 인용한 거라 저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됨”, “이것도 문해력의 한 종류냐? 동해라고 괄호로 표시까지 해줬는데” 등 논란 자체를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이에 맞서는 “저 뉴스는 굳이 명칭을 혼용해서 쓸 이유가 없다” 등 소수 의견도 나왔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 일부 네티즌의 주요 타깃이 된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카드뉴스 영상은 기존 ‘일본해(동해)’ 병기 표기가 ‘동해’로 수정됐다. 다만 해당 언론사의 인터넷 기사 본문은 여전히 ‘일본해(동해)’로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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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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