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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내기 바쁜 ‘K팝 시스템’… ‘나’를 찾고 싶은 일곱 청년의 성장통

찍어내기 바쁜 ‘K팝 시스템’… ‘나’를 찾고 싶은 일곱 청년의 성장통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6-15 21:58
업데이트 2022-06-16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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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성기’ 방탄소년단 폭탄선언 왜

긴 무명 뒤 얻은 세계적 인기 부담
RM “방향성 잃어… 기계가 됐다”
지민 “이제야 원하는 모습 깨달아”

솔로 음반 등 ‘개인 활동’ 목말라
해결되지 않은 병역문제도 발목
‘완전체’까지는 최소 4~5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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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방탄소년단(BTS)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다. 방향성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데뷔 9년 만에 그룹으로서의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한 방탄소년단(사진·BTS)의 고백은 국내외에 여러모로 큰 충격을 안겼다. 그룹을 아예 해체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로 사랑받고 있는 데다 지난 10일 신보까지 내놓은 상황이라 더 그렇다. 화려한 조명 아래 노래로 춤으로 기쁨을 안기고 말과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쳐 온 이들에게, 그동안 고충이 켜켜이 쌓여 왔음이 이번에 드러났다.

●쉴틈 없이 내달린 9년… 정체성 고민

지난 14일 밤늦게 공개된 1시간짜리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리더 RM은 “‘다이너마이트’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부터는 모르겠더라.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며 그룹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지민도 “지금에 와서야 우리가 각자 어떠한 가수로 팬분들에게 남고 싶은지를 알게 돼서 힘든 시간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팀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팀에 가려진 개인에 대한 아쉬움이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2013년 데뷔한 BTS는 꽤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쳤는데, 2016년 국내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하고 2020년 코로나19 이후 발표한 영어곡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이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을 잇따라 휩쓸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대상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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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쉬겠다는 말조차 죄책감 느껴”

그러나 ‘영광의 시기’에 정작 멤버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RM은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에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기능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할 틈이 없었다. 좀 쉬고 생각한 후에 다시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걸 얘기하면 죄를 짓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케이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성숙하게 두지 않는다. 계속 뭔가를 찍어내야 하니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며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었다”고 아쉬워했다.

●슈가 “쥐어짜도 이젠 할 말이 없어”

슈가는 “한 번도 작업하며 ‘행복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그래도 7~8년 전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스킬이 부족해서 나를 쥐어짰다면,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뷔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10년 동안 항상 위를 보고 나아가다 보니 무서웠고, 팀을 위해 나를 포기했어야 했다”며 “행복 뒤에 오는 지침과 힘듦은 셀 수 없었다”고 썼다.

개별 작업에 대한 갈증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케이팝 그룹들이 개인 활동을 곁들이는 것과 달리 BTS는 소속사 정책에 따라 팀 활동에 매진했다. 일부 개인 작업은 정식 음반이 아닌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 형태로만 선보이고 정식 발매되지는 않았다.

●이르면 새달 제이홉 ‘BTS 2막’ 첫 출격

영상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병역 문제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맏형인 진은 1992년생으로 내년 초 입대해야 한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체육요원 편입을 위한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막내인 1997년생 정국까지 차례로 군 복무를 마치려면 짧게는 4~5년, 길게는 7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팀 활동을 잠시 멈춘다면, 입대 멤버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활동을 이어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멤버들은 앞으로 솔로 활동을 정식으로 펼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달 ‘첫 타자’가 될 제이홉은 “BTS의 챕터2로 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사전 녹화된 BTS의 신곡 ‘옛 투 컴’ 무대는 16일 엠넷, 17일 KBS2, 19일 SBS를 통해 공개된다.
김정화 기자
2022-06-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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