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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독립을 꿈꿨던 박정양 초대주미공사, 美 활동사진 첫 발굴

中서 독립을 꿈꿨던 박정양 초대주미공사, 美 활동사진 첫 발굴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2-06-03 09:05
업데이트 2022-06-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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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에서 사진 구매” 마운트 버논에 기증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측에 고증 요청하며 발견
수묵화로 활동 기록 외에 사진 기록은 처음
워싱턴 공부하며 중국에서의 독립 고민한듯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전경. 박정양 초대 전권공사가 공관 중 처음으로 게양했던 태극기까지 그대로 고증해 복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전경. 박정양 초대 전권공사가 공관 중 처음으로 게양했던 태극기까지 그대로 고증해 복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1887년부터 1888년까지 구한말 미국 주재 대사 격인 초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의 미국 활동을 담은 사진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국 공식 외교관원이 미국에서 외교활동을 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추정된다. 박정양 공사와 관원들이 조지 워싱턴의 사저인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사진으로 박 공사는 평소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했듯 한국도 중국(청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아난데일에서 간담회를 열고 주미 공사관원들의 미국 내 활동을 담은 2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김상엽 공사관 소장은 “이 사진은 우리나라 공식 외교관원이 미국의 기관을 방문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 대사관에는 사진기가 없어 수묵화로 활동 기록을 남겼는데, 마운트 버논의 전속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 발견된 것이다. 이 사진은 2020년 기증자인 이사벨 하인즈만이 이베이에서 구입해 마운트 버넌 워싱턴 도서관에 기증했으며 지난해 도서관 측이 공사관에 고증을 의뢰해 존재가 확인됐다. 이는 당시 초대 주미공사 관원들의 활동이 기록된 사진 중 유일한 것이다.
1888년 4월 26일 미국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집이었던 마운트 버논에 방문한 한국공관원들. 왼쪽부터 이종하, 박정양, 강진희, 이하영.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제공
1888년 4월 26일 미국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집이었던 마운트 버논에 방문한 한국공관원들. 왼쪽부터 이종하, 박정양, 강진희, 이하영.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제공
한 사진은 박 공사가 관원들과 함께 1888년 4월 26일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모습이다. 무관 이종하와 수행원인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 등 4명이 등장하며, 모두 전통 한복에 갓을 착용했다.

박 공사는 저서 ‘미행일기’에서 이날에 대해 “공사관원들과 알렌 가족을 대동하고 마은포에 갔다.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며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 안의 일용하던 가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사진은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등을 역임했고 을사오적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완용과 이완용의 부인,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하영 및 4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이채연과 이채연의 부인의 모습이 담겼다.

박 공사는 1888년 1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지만 콜레라 유행으로 하선을 못해 워싱턴DC에는 8일 뒤인 9일에 당도했고, 17일에는 그로버 클리블랜드 당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전달했다.
1889년 5월 6일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공관원들. 왼쪽부터 이하영, 이채연의 부인, 이채연, 가장 오른쪽 두 명은 이완용과 그의 처.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제공
1889년 5월 6일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공관원들. 왼쪽부터 이하영, 이채연의 부인, 이채연, 가장 오른쪽 두 명은 이완용과 그의 처.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제공
박 공사는 자주외교를 강조했다. 주미공사관은 태극기를 처음 게양한 공사관이었고, 청나라는 박 공사가 미국 정부에 신임장을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중국 공사를 만나 협의토록 했지만 박 공사는 끝내 이를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 박 공사는 부임 11개월 만인 1888년 11월 10일 귀임하게 된다.

이후 그는 개항기 총리대신서리와 궁내부서신대리 등을 지내며 독립협회 등을 지원했다. 반면 이완용은 1888년 12월부터 1890년 10월 귀국 때까지 임시대리공사를 지낸 이후 친일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접견실 전경.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접견실 전경.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이날 브리핑에서 배재대 김종헌 교수는 “박 공사가 그의 문집에서 조지 워싱턴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마운트 버넌 방문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중국으로부터 조선의 자주독립을 강조하기 위했던 것”이라며 “귀국 후 독립협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공사가 임차해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에 외교권을 박탈당할 때까지 16년간 존재했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1910년 일제가 매각했지만 2012년 되샀고 2018년 5월 22일 재개관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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