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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과 속닥이러 하늘로 간 ‘감성마을 촌장’

별들과 속닥이러 하늘로 간 ‘감성마을 촌장’

하종훈 기자
하종훈, 윤수경 기자
입력 2022-04-25 22:30
업데이트 2022-04-26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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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76세 별세

뇌출혈 투병중 코로나로 폐렴 앓아
문학·예능 등 문화계 활발한 활동
졸혼·존버·정치적 발언 주목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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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작가. 연합뉴스
이외수 작가.
연합뉴스
강원 화천군 감성마을 촌장으로 활동하던 ‘기인 문학가’ 이외수 작가가 25일 별세했다. 76세.

유족들은 이 작가가 이날 오후 8시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2014년 위암 2기 판정으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지만 재작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최근까지 재활 치료를 받아 왔다. 올해 3월 초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투병 중이었다.

1946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한 이 작가는 1965년 춘천교대에 입학한 뒤 8년간 다녔으나 1972년 중퇴하고 같은 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돼 문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975년에는 중편소설 ‘훈장’으로 ‘세대’지 신인문학상을 받아 문단에 정식 등단했다. 이후 그는 섬세한 감수성과 환상적 수법이 돋보이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특유의 언어유희로 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 존재의 구원을 탐구했다는 평을 받는다. 장편소설 ‘들개’·‘칼’·‘장수하늘소’·‘벽오금학도’ 등을 비롯해 시집 ‘풀꽃 술잔 나비’·‘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에세이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하악하악’·‘청춘불패’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 갔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며 춘천교대 시절 미전에 입상한 경력이 있던 그는 1990년 ‘4인의 에로틱 아트전’과 1994년 선화(仙畵) 개인전을 열었다. 이 밖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케이블TV, 광고계를 넘나들며 문화계 전반에서 활동을 펼쳤다.

특히 170여만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거느리며 강경한 정치적 발언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쏟아내 ‘트위터 대통령’으로도 불렸다. 2008년 뉴라이트 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김진태 전 의원의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 발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발언 등에 대해 SNS로 비판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2012년에는 요즘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로 “존버(힘들어도 버틴다는 뜻)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고 답해 ‘존버 정신의 창시자’로 불리기도 했다. 거침없는 소신과 입담으로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원로 작가라는 평을 받은 그는 2015년에는 한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작가는 강원도와 인연이 깊다. 경남 함양 외가에서 태어난 뒤 강원 인제군 본가에서 성장한 그는 춘천에서 30여년간 지내며 집필 활동을 이어 가다 2006년 이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의 감성마을로 이주해 투병 전까지 지냈다. 2018년에는 아내와 각자의 인생을 갖자며 졸혼(卒婚)을 선언해 화제가 됐지만, 부인 전영자씨는 고인의 뇌출혈 소식에 “남편이 불쌍하다”며 졸혼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동료 문인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이호준 시인은 “모든 꽃이 약속하고 진 듯, 느닷없이 세상이 텅 비어 버리고 말았다. 꽃들이 떠난 자리에 어둠이 가득하다. 어찌하나. 어찌하나. 다시는 손잡을 수 없겠구나”라며 스승이자 오랜 친구였던 선생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이 작가와 각별한 사이였던 류근 시인도 페이스북에 “애통하고 비통하다”며 “문학으로도 인간으로도 참 많은 것을 주고 가셨다.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썼다. 류 시인은 이 작가에게 ‘격식을 버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늙은이’란 뜻의 ‘격외옹’(格外翁)이란 호를 지어 준 사람이기도 하다.

앞서 2020년 10월 이 작가의 아들 이한얼 영화감독은 투병 중이던 아버지를 위해 트위터에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제게 다시 공유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감독은 당시 “보내 주신 글들을 아버지께 읽어 드렸는데, 그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행복하시기 때문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작가는 올해 1월 1일 회복을 위해 여러 재활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으로 새해 인사를 한 바 있다. 이 감독은 당시 “아버지께선 근력이 많이 붙고 있다”며 “‘존버’의 창시자답게 몸소 존버를 실천하고 계신 모습을 보여 준다”고 밝은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씨와 장남 이 감독, 차남 이진얼씨 등이 있다. 빈소는 강원 춘천시 호반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033)252-0046.
하종훈 기자
윤수경 기자
2022-04-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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