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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그 순간 다른 선택 했다면 오늘, 달라졌을까

2차 대전 그 순간 다른 선택 했다면 오늘, 달라졌을까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4-21 17:50
업데이트 2022-04-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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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종료, 민간인 희생 줄이려다
10만 사망 부른 美 ‘도쿄 대공습’
변변치 않던 히틀러 총리로 세워
‘암흑의 세계사’ 자초한 獨정치인

푸틴의 전쟁과 유럽 극우의 득세
새 역사의 순간, 현재 선택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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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와 히틀러’를 내세운 독일과 도쿄 대공습을 주도한 미군 지휘부의 결정 과정은 역사 속 선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1933년 5월 노동절 행사에 참석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제2대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왼쪽)와 아돌프 히틀러. 힌덴부르크는 반민주 세력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간판’으로 히틀러를 총리로 세운다.  눌와출판사 제공
‘나치와 히틀러’를 내세운 독일과 도쿄 대공습을 주도한 미군 지휘부의 결정 과정은 역사 속 선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1933년 5월 노동절 행사에 참석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제2대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왼쪽)와 아돌프 히틀러. 힌덴부르크는 반민주 세력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간판’으로 히틀러를 총리로 세운다.
눌와출판사 제공
선택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특히 자신을 위한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과 나아가 국가를 위한 선택을 할 때 누구나 최선의 결정을 한다. 비록 그것이 어쩔 수 없이 고르고 마는 차악일지라도 어쨌든 최악보다는 나은 명분을 지닌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의도와 다른 진행이나 결말을 맞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일단 결정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각자의 선의나 진지한 고민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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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공습 작전 중 가장 파괴적이었던 ‘미팅하우스 작전’ 후 일본 도쿄의 모습. 1665t의 네이팜탄 투하로 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영사 제공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공습 작전 중 가장 파괴적이었던 ‘미팅하우스 작전’ 후 일본 도쿄의 모습. 1665t의 네이팜탄 투하로 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영사 제공
세계사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보며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지, 왜 그런 선택이 이뤄졌는지 날카롭게 짚는 책들이 동시에 나와 눈길을 끈다.

‘타인의 해석’, ‘아웃라이어’, ‘티핑 포인트’ 등 베스트셀러를 쓴 말콤 글래드웰이 신작 논픽션 ‘어떤 선택의 재검토’로 1945년 도쿄 대공습 당시 미군 지휘부의 결정 과정을 생생하게 돌아봤다. ‘폭격기 마피아’로 불리던 미국 육군항공대 지휘관들은 처음부터 민간인 대학살이나 잔혹한 말살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했고,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이고 진보한 전쟁관을 주장했다.

9㎞ 상공에서도 오크통만 한 표적을 맞힐 수 있는 ‘노든 폭격조준기’나 적군의 대공포화가 닿지 않는 고고도 작전을 펼칠 수 있는 ‘B29 슈퍼포트리스’ 등 신무기가 이들의 ‘새로운 전쟁’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폭격을 더욱 정확하게 해 오히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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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재검토
말콤 글래드웰 지음/이영래 옮김 김영사/260쪽/1만 5800원 

그러나 일본 상공에서의 기상 악화나 제트기류 등 변수들로 목표한 결과를 내지 못하자 미군 지휘부는 ‘폭격기 마피아’들의 전략을 바꿔 보다 적극적인 무차별 폭격을 주문했다. 물론 여기에도 일본의 전쟁 의지를 뿌리 뽑아 전쟁을 빨리 끝내 더 많은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1945년 3월 9일 밤 344기의 B29 슈퍼포트리스 폭격기가 저공폭격으로 총 2400여t의 폭탄을 떨어뜨리며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하룻밤 사이 10만명의 사망자,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같은 의도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초래됐다. 글래드웰은 “모든 전쟁은 부조리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미국 역사학자 벤저민 카터 헷은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독일의 선택을 되짚는다. 독일 국민이 무지하지도 않았고 히틀러가 어떤 정치인들도 꼼짝 못 할 만큼 강력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는 나치 이전에 ‘독일은 공화국이다.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하는 바이마르 헌법을 제정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제도적으로 보장했으며 비례대표제를 실행해 민의를 충실히 반영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다진 바이마르 공화국이 있었음을 우선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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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벤저민 카터 헷 지음/이선주 옮김 눌와/428쪽/1만 9800원 

그러나 민주주의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없던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 그리고 바이마르 헌법을 주도한 집권당 사회민주당의 고려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쌓인 군대와 대기업, 농민 등 반민주세력의 분노와 증오가 사회민주당의 적인 나치를 선택한다. 그때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연설로 보여 준 군소 정당 나치의 히틀러를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포함한 기성 보수 정치인들이 총리로 세운다. 세관원 아들에다 4년간의 군 복무에도 겨우 일병 진급에 그쳤던 ‘변변치 않은’ 히틀러를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간판쯤으로만 여긴 것이다. 기성 보수 정치인부터 농민까지, 나치와 히틀러를 선택했지만 그 결과는 세계사에 씻을 수 없는 참혹한 획을 그었다.

두 책이 되돌아본 역사는 앞으로의 새 역사가 될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미국과 프랑스처럼 자유민주주의가 굳건해 보이는 나라에서조차 극우 민족주의·권위주의의 가치를 내세운 후보가 많은 힘을 얻었다.

수많은 기로에서 각자 현실에 순응하거나 또는 반감에 휩쓸려 선택을 한다. 당장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지난 역사에서 다시 그 본질을 찾아보자고 두 책의 저자가 권한다.
허백윤 기자
2022-04-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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