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택치료’ 일상화에 울며 일하는 방문 노동자들

코로나 ‘재택치료’ 일상화에 울며 일하는 방문 노동자들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4-12 17:42
업데이트 2022-04-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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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방문노동자, 코로나 감염 사각지대
“집에 재택치료자 있다” 뒤늦게 통보해
노동자 91% “일하며 감염 위험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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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동대문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 검사키트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서울 지역 어제 확진자는 1만1875명이다. 검사 인원은 5만8천121명이었다. 5명 중 1명꼴로 확진된 셈이다. 2022.2.10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동대문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 검사키트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서울 지역 어제 확진자는 1만1875명이다. 검사 인원은 5만8천121명이었다. 5명 중 1명꼴로 확진된 셈이다. 2022.2.10 연합뉴스
가구 조립기사인 김태언(32·가명)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책장을 조립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재택치료자가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

작업하던 방이 좁아 거실에서 작업하겠다고 하니 고객이 그제서야 “그럼 창문 좀 열겠다”며 다른 방에 확진자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사전에 업체 측으로부터 재택치료자가 있다는 얘기를 안내받지 못했다는 김씨는 12일 “운이 좋은 건지 소형 가구 설치라 작업 시간이 15분 만에 끝났다”며 쓸씁한 표정을 지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택치료자가 크게 늘었지만 가정집을 방문해 일하는 가구 조립기사, 인터넷 설치기사, 수도·가스·전기 검침원은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대부분 독립사업자인 특수고용직이다보니 방역 지원 등도 제대로 보장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정 방문 노동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 종류별로 작업 기간이 짧게는 15분, 길게는 30분을 넘길 때가 많다. 그러나 가정방문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업체에 ‘재택치료’ 사실을 언급하지 않거나 업체에 공유했어도 업체 측이 개별 기사에게 안내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일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고객은 가구 매장에 ‘집 안에 재택치료자가 있다’고 말했지만 매장 측에서 기사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지 않아 방심한 채로 현장에 가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기사들을 관리하는 회사에서도 코로나 감염 위험을 예방하는 매뉴얼 자체가 없어 기사 개인의 안전은 고객 접수를 받는 매장 자율에 맡기거나 본인의 운에 맡길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신 설치수리 기사 등 796명의 방문노동자 중 약 91%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신 설치수리 기사 등 796명의 방문노동자 중 약 91%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통신 설치수리·계기 검침점검·재가 요양보호·사회서비스 일반에 종사하는 796명의 방문노동자 중 약 91%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느낀다고 답했다. 회사 측이 가구방문 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제대로 점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선 “그렇다”는 답변이 38%에 그쳤다.

정지승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교육실장은 “방문 노동자들은 어느 고객이 확진자인지 혹은 잠재적 확진자인지 가늠할 수 없어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작업중지권을 요청하기도 어렵다”면서 “사전에 서비스 접수를 받을 때 고객의 가정 내 확진 및 자가격리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를 갖추고 감염 예방 물품 등을 충분히 제공하거나 노동자가 현장에서 이를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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