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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첫 여성 국무장관 된 난민 소녀… 역사 바꾸고 역사 속으로

美 첫 여성 국무장관 된 난민 소녀… 역사 바꾸고 역사 속으로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2-03-25 01:28
업데이트 2022-03-25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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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브라이트 전 장관 별세

체코 난민으로 11세 때 미국 입국
클린턴 때 유엔대사·국무장관에
폴란드 등 동유럽 나토 가입 승인
2000년엔 김정일과 비핵화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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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별세한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과의 만남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2000년 10월 북한 평양을 방문한 올브라이트(오른쪽)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평양 A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별세한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과의 만남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2000년 10월 북한 평양을 방문한 올브라이트(오른쪽)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평양 AP 연합뉴스
1937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유대인 소녀, 마리 야나 코르벨로바는 일찌감치 난민 신세가 됐다. 두 살 무렵 가족이 독일 나치의 눈을 피해 영국 런던으로 도망치고 천주교로 개종까지 했지만 불행은 이어졌다. 체코의 스탈린주의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신변 위협을 느낀 반공산주의 외교관 아버지 요제프는 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탈출했다. 열한 살의 나이에 미국의 품에 안긴 소녀는 미국식 교육을 받으며 이런 생각을 키웠다. ‘강한 미국이 유럽을 해방시켰다. 미국은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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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2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같은 해 2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암 투병 중 우크라 침공 비판 칼럼 기고

당차고 똑똑한 소녀는 1997년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 됐다. 훗날 이름을 개명한 매들린 올브라이트다. 유리천장을 깨고 ‘금녀의 공간’에 들어가 미국 외교정책을 휘어잡은 그는 ‘걸크러시’의 원조였다. 악명 높은 독재자들을 적이자 친구로 뒀던 올브라이트가 23일(현지시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불과 한 달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뉴욕타임스(NYT)에 써 보낼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지만 지병인 암을 이기지 못했다.

명문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부유한 신문 상속인 조지프 메딜 패터슨 올브라이트와 결혼 후 성을 바꾼 그는 워싱턴 조지타운의 사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로 주목받았다.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외교계의 거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밑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땄다. 1976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브레진스키를 따라 백악관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1기(1993~1997) 때 유엔 주재 대사를 지냈고, 2기(1997~2001) 때 제64대 국무장관에 올랐다. 그의 인준안은 상원에서 99대0,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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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올브라이트(왼쪽)가 장쩌민 국가주석에게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넘겨받고 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1998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올브라이트(왼쪽)가 장쩌민 국가주석에게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넘겨받고 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세르비아 인종청소 저지 참전 이끌어

거침없는 말투와 저돌적인 외교 스타일은 올브라이트의 전매특허였다. 1999년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무슬림 인종청소를 저지하기 위해 클린턴을 강하게 압박해 참전을 이끌어냈다. 당시 콜린 파월 합참의장에게 “쓰지도 않을 거면 당신이 항상 강조하는 훌륭한 군대를 뭐하러 갖고 있나”라고 쏘아붙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체코와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승인한 것도 올브라이트의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올브라이트는 북미 관계 해빙기를 이끈 주인공이기도 했다. 2000년 10월 미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비핵화를 논의했다.

●바이든·클린턴 일제히 애도 성명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일제히 애도 성명을 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손은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손이었다”며 “그녀의 열정적 믿음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추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향한 열정적인 힘이었다”고 회고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조전을 보냈다고 24일 외교부가 밝혔다.
오달란 기자
2022-03-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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