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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부동 푸틴 강공 조짐… 정부 “한미, 대러제재 등 외교·경제조치 긴밀 협의”

요지부동 푸틴 강공 조짐… 정부 “한미, 대러제재 등 외교·경제조치 긴밀 협의”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03-04 14:38
업데이트 2022-03-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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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 밝혀

미 상무, 일본 등 32개국만 1차 FDPR 면제
정부 뒤늦게 대러 수출통제 약속 2차엔 포함
외교부 “외교채널로 FDPR 면제 강력 요청”

개인 제재 등 러시아 추가제재는 없을 듯
강수 두는 푸틴 “특수작전 차질 없이 진행 중”
“미 금융 타격차 사이버 보복·추가 침공 가능”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각국의 제재에도 요지부동으로 전쟁을 끌고 가는 가운데 정부가 미국이 대러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역외통제) 면제 대상국에 한국을 포함한 것과 관련, 앞으로 미측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제재 이행 등 각종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제재에도 한 치도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극한대립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맹비난과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요지부동으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을 퍼붓는 등 전쟁을 계속 밀어붙이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자칫 러시아 내 여론이 잘못된 침공이라고 퍼질 경우 권력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에 대러 제재 동참·우크라 지원 설명”
외교부 당국자는 4일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대러 제재 이행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외교적·경제적 조치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동참 의사를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아 미국 상무부의 FDPR 면제 대상국 1차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 상무부가 자국에 준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만 규정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대미 협의를 거쳐 대러 수출통제 조치를 약속하고 지난 3일 외교채널을 통해 면제대상국 2차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당국자는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대러 제재 동참은 물론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등 우리 정부의 다양한 기여에 관해 설명하고 FDPR 면제를 강력히 요청했었다”고 설명했다.

文, 젤렌스키와 전화 통화
“우크라 국민에 굳건한 연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통화 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통화 사실을 알리자, 이를 리트윗하며 “한국은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결연히 일어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굳건한 연대를 보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관보 韓 포함 FDPR 면제국 공개
대만, 싱가포르도 포함될 듯

미국은 며칠 내 관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FDPR 면제 대상국을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수출통제 강화를 공표한 대만, 싱가포르 등도 이 명단에 함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인에 대한 제재 등 추가적인 대러 제재 조치는 당장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전략물자의 대러 수출 차단과 러시아 은행 거래금지 등 금융제재를 발표했으며,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등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을 활용해 만든 비전략물자의 대러 수출을 제한하기 위한 고시를 만들고 있다.

미국 측이 7개 분야 독자제재 범위에 준하는 조치를 요청한 만큼 고시 내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 연합뉴스
푸틴 “군사작전 차질 없이 진행 중”

“푸틴, 우크라 전황 지지부진하면
주요도시 무차별 포격 강수…권력 사수”

서방의 고강도 제재가 연거푸 발표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유럽 최대 규모로 알려진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 포격을 퍼부어 외곽 건물에 불을 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탈군사화’, ‘탈나치화’를 다시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날 90분 동안 이어진 전화통화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중립국화를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백악관 상황실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다른 국가로 전선을 확대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최근 며칠 새 여러 차례 거론됐다.

국제사회가 예상 이상으로 신속하고도 강력한 제재를 내놓으면서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극단적 수단을 꺼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키이브 인근 보로디얀카 마을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모습.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키이브 인근 보로디얀카 마을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모습.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트위터 캡처
러시아의 침공으로 불기둥이 치솟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모습. 트위터
러시아의 침공으로 불기둥이 치솟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모습. 트위터
미 일각 우크라 위기 더욱 가속화 경고
“푸틴, 러 여론 ‘잘못된 침공’될까 우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본인이 판단해 추진한 일이 어려움에 부닥치면 더욱 완강히 이를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러시아군이 침공 개시 후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전황이 지지부진한 것도 푸틴 대통령이 강수를 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여론이 고개를 든다면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미 정부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위기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우선 지지부진한 전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겨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면서 대규모 민간인 인명피해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실제로 3일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자포리자 지역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 원전 단지에 화재가 발생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러시아군 포로 영상. 영상 속 러시아 군인은 “여기가 우크라이나인 줄 몰랐다. 군사훈련인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러시아군 포로 영상. 영상 속 러시아 군인은 “여기가 우크라이나인 줄 몰랐다. 군사훈련인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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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5일 자포리자 원자력청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얻은 이미지 캡처는 러시아의 포격으로 자포리자지아의 우크라이나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여러 번의 폭발을 보여준다.IA 원자력 당국 AFP 연합뉴스 2022-03-04
2022년 3월 5일 자포리자 원자력청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얻은 이미지 캡처는 러시아의 포격으로 자포리자지아의 우크라이나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여러 번의 폭발을 보여준다.IA 원자력 당국 AFP 연합뉴스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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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5일 자포리자 원자력청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얻은 이미지 캡처는 러시아의 포격으로 자포리자지아의 우크라이나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여러 번의 폭발을 보여준다.IA 원자력 당국 AFP 연합뉴스   2022-03-04
2022년 3월 5일 자포리자 원자력청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얻은 이미지 캡처는 러시아의 포격으로 자포리자지아의 우크라이나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여러 번의 폭발을 보여준다.IA 원자력 당국 AFP 연합뉴스
2022-03-04
“푸틴, 몰도바·조지아에 추가 침공 가능”
“러, 더 세게 밀어붙이는 것 외 선택 없어”

또 미국 금융체계를 타격하기 위한 대규모 사이버 보복 공격을 하거나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거나 몰도바와 조지아 등 주변국에 대한 추가 침공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논의됐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러시아군에 길을 내어준 벨라루스는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에서 핵무기 보유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몰도바와 조지아는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니어서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도 나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3대 핵전력’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 운용 부대에 핵전력 운용 태세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에서 러시아군의 병력수송장갑차(APC)가 불에 타 있는 사진을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EPA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에서 러시아군의 병력수송장갑차(APC)가 불에 타 있는 사진을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EPA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속이고 있으며, 그 때문에 러시아가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고립돼 약해지며 장기간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은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에서 정보 브리핑을 담당했던 베스 새너는 “그것(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이제 그에게는 더 완강히 밀어붙이는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독재자들은 비켜나거나 나약하게 보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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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6㎞ 떨어진 스뱌토페트롭스케에 있는 3층 건물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완파된 모습. 강정식 교수 제공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6㎞ 떨어진 스뱌토페트롭스케에 있는 3층 건물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완파된 모습.
강정식 교수 제공
소녀는 끝내
소녀는 끝내 구급대원인 올렉산드르 코노발로프가 27일 일요일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 시립병원에 도착한 뒤 주택가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다친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다. 소녀의 아버지가 간절히 기도했지만 소녀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AP 연합뉴스 2022.2.2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P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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