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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2-02-26 19:08
업데이트 2022-02-2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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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성의 큰산 이어령 전 장관 89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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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전 장관이 지난 2018년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이어령 전 장관이 지난 2018년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사흘 전 남긴 말이다.

결코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 이어령 전 장관이 26일 별세했다. 89세. 지난 2017년 암 투병 사실을 처음 밝인 이 전 장관은 이후 항암치료 대신 글쓰기를 선택한 뒤 마지막까지 글쓰기 작업을 벌이다 이날 세상을 떴다.

고인은 한국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큰 산이었다. 문학 평론가, 언론인, 관료, 교수, 시인, 소설가 등 다채로운 직함으로 생애를 보냈다. 고인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학과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대 약관의 나이에 서울신문 논설위원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고인은 ‘삼각주’(서울신문), ‘여적’(경향신문), ‘분수대’(중앙일보), ‘만물상’(조선일보) 등에 칼럼을 쓰며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전 장관 빈소. 윤재환 작가 제공.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전 장관 빈소. 윤재환 작가 제공.
1960년대부터는 학계에 몸을 뒀다. 1966년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고, 2011년 명예교수가 됐다. 50대 때인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개·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도 선보였다. 개회식에 등장한 ‘굴렁쇠 소년’도 고인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태우 정부 때는 신설된 문화부의 초대 장관(1990~1991)을 역임했다. 이때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을 설립했고,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경복궁 복원계획을 수립했다. 이후로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신부여팔경’의 저자 윤재환 작가는 고인을 “물음표와 느낌표에 생애를 바친 분”이라고 했다. 세상 모든 것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졌고, 이를 해결해 세상 사람들에게 ‘유레카’를 안겨줬던 고인의 생애를 함축하는 말이다. 윤 작가는 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가까운 거리에서 고인을 보필했던 이다. 그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흘 전 이 전 장관님을 뵀던 날, 제가 별세 소식을 알려도 좋겠냐고 여쭸더니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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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대의 컴퓨터로 유명했던 ‘이어령의 책상’.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무려 6대의 컴퓨터로 유명했던 ‘이어령의 책상’.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메멘토 모리’도 이 전 장관의 생애를 설명하는 말 중 하나다. 고인의 마지막 저서가 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말로,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윤 작가는 “이 전 장관님께서는 자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던 6세 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해 왔다”고 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죽음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는 것이다. 고인은 이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었을까.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천안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역임하던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유족 측은 5일간 가족장으로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지는 충남 천안의 한 공원묘지로 알려졌다.

손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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