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27>‘인문 에세이스트’ 박상미
![2015년 미혼모와 입양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마더, 마이 마더’를 촬영 중인 박상미 작가.](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459_O2.jpg)
![2015년 미혼모와 입양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마더, 마이 마더’를 촬영 중인 박상미 작가.](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459.jpg)
2015년 미혼모와 입양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마더, 마이 마더’를 촬영 중인 박상미 작가.
![독일 학술교류처 연구원 시절의 작가. 이때 처음 취미로 영화를 배우며 다큐와 인연을 맺게 됐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525_O2.jpg)
![독일 학술교류처 연구원 시절의 작가. 이때 처음 취미로 영화를 배우며 다큐와 인연을 맺게 됐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525.jpg)
독일 학술교류처 연구원 시절의 작가. 이때 처음 취미로 영화를 배우며 다큐와 인연을 맺게 됐다.
![2017년 CBS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강연하고 있는 모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448_O2.jpg)
![2017년 CBS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강연하고 있는 모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448.jpg)
2017년 CBS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강연하고 있는 모습.
![교도소에서 재소자 교육 중인 작가. 그는 전국 6만여명 재소자를 대상으로 고민상담 방송도 하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510_O2.jpg)
![교도소에서 재소자 교육 중인 작가. 그는 전국 6만여명 재소자를 대상으로 고민상담 방송도 하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510.jpg)
교도소에서 재소자 교육 중인 작가. 그는 전국 6만여명 재소자를 대상으로 고민상담 방송도 하고 있다.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글쓰기
가난·병으로 삶이 힘겨울 때마다 독서와 아버지의 편지로 일어나
문학·상담심리학·대중문화 연구
글쓰기 권유해 어머니 상처 치유
작가로서 기반을 다져 가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글쓰기를 권유해 어머니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많아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셨어요. 밖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데 정작 엄마의 마음은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게 죄송했어요. 어릴 때 이야기를 하나씩 글로 써 보시라고 했는데 다섯 살 때 기억을 생생하게 묘사하시는 거예요. 엄마가 글을 잘 쓰세요. 엄마 글을 통해 엄마 마음속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만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딸은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칭찬해드렸다. “우리 엄마, 정말 잘 사셨네!” 어머니는 글쓰기를 통해 과거와 화해하고 자존감을 찾아갔다. 기억력도 좋아졌다고 한다.
![2019년 강원 영월 상동 폐광촌 할머니들의 자서전과도 같은 다큐를 찍고 또 책을 발간한 뒤 함께한 북콘서트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의 모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550_O2.jpg)
![2019년 강원 영월 상동 폐광촌 할머니들의 자서전과도 같은 다큐를 찍고 또 책을 발간한 뒤 함께한 북콘서트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의 모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550.jpg)
2019년 강원 영월 상동 폐광촌 할머니들의 자서전과도 같은 다큐를 찍고 또 책을 발간한 뒤 함께한 북콘서트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의 모습.
몇 년 후에는 강원 영월 상동 폐광촌 할머니들이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강의를 요청해 와 찾아갔는데 절반이 글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한 할머니께서 “나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데 내 인생 한이 너무 많아 입으로라도 쓰고 싶어 왔소”라고 호소하자 박상미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2019년에 찍은 장편 다큐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는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를 먼저 찍고 이야기를 받아 적어 같은 제목의 책도 펴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 현대사 특별전에서 상영작으로 초대받았어요. 관장님께 평생 서울 구경을 못 해본 할머니들이니 관광버스 대절해 전원 모시고 오자고 부탁했어요, 영화가 끝난 후 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전원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했지요.”
이제 미혼모, 탄광촌, 교도소 등 주변부를 탐색하는 일은 박상미 글쓰기의 토대이자 무대가 됐다. “미혼모의 삶을 알게 되면서 아이를 입양 보낸 다양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어요. 교도소와 소년원에 심리치료 교육을 자원해 들어갔죠.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법무부 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 6만여명을 대상으로 고민상담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 가석방되는 모범수와 인사 나눌 기회가 있는데 “내일 퇴소합니다. 감사한 마음 갚을 길이 없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 여전히 울컥 눈물이 난다. 그는 이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래 지속하고 싶다고 한다. 그럴 수 있기를 응원한다.
![작가의 최근 모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600_O2.jpg)
![작가의 최근 모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2/20/SSI_20220220171600.jpg)
작가의 최근 모습.
작가는 그동안 베스트셀러도 여럿 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표 저서는 어느 것일까? “우리 마음속에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가 한 명쯤 살고 있죠. 죽음의 문턱까지 어린 저를 데려갔던 가난,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 다시 살기로 결심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 인생의 기록을 쓴 책이 ‘마음아, 넌 누구니’예요.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잘 달래 주어야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어린 시절 상처를 그대로 품고 살아가는 어른들이 많아요.” 그러고 보니 박상미의 말과 글에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주변 탐색의 결과, 다큐와 글쓰기
입양인 친구 사연 다큐로 남기고
책으로 펴낸 폐광촌 할머니들 삶
교도소·소년원 심리치료도 자원
“힘든이들의 의미 있는 삶 도울 것
“마음과 대화하는 법을 익히고,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은 이미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쓴 거지요. 심리 상담을 받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것이기도 하고요. 상처 많은 사람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와 함께 작가는 마음을 보호하려면 ‘마음근육’을 길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몸도 근육을 기르지 않으면 힘을 쓸 수 없듯이 마음도 근육을 기르지 않으면 무력감과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마음근육에서 긍정 에너지를 발산해야 삶의 기초대사량이 늘어나며, 아픈 마음을 발견하고 위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는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근육으로 삶을 위안해 갈 것이다.
그는 이제 무엇을 새롭게 해 갈까? “요즘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어요. 청소년의 마음근육을 키워 주는 이야기를 쓰고 영화로도 찍고 싶어요. 누구나 와서 책 읽고 토론하고 강의도 듣고 상담도 받는 쉼터를 만드는 게 꿈이었는데 곧 문을 엽니다. 특별히 소년원 출신 아이들이 머물면서 계획을 세우는 공간으로 활용될 겁니다.” 그는 여전히 힘든 사람들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책의 수익금을 교도소, 소년원, 미혼모 자녀에게 도서를 후원하는 데 쓴다고 한다. “혼자 쓴 게 아니잖아요. 공감의 힘이지요.” 이제 우리는 그를 ‘인문 에세이스트 박상미’로 호명해도 괜찮을 것이다. 문학적 글쓰기가 얼마나 인간의 삶을 치유와 공감 쪽으로 접속할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느낀 어느 늦겨울의 만남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2022-02-21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