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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경기 마칠 때까지” 20분 기다린 금메달리스트 품격

“꼴찌가 경기 마칠 때까지” 20분 기다린 금메달리스트 품격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2-14 06:33
업데이트 2022-02-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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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표 이보 니스카넨(오른쪽)이 지난 11일 중국 장자커우 내셔널 크로스컨트리 스키센터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15㎞ 클래식 결승선을 맨먼저 통과하고도 94번째로 들어온 콜롬비아 대표 안드레스 퀸타나에게 다가가 다독이고 있다. 그는 그 뒤에야 은, 동메달리스트와 어울려 사진 촬영 등에 응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USA투데이 홈페이지 인용
핀란드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표 이보 니스카넨(오른쪽)이 지난 11일 중국 장자커우 내셔널 크로스컨트리 스키센터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15㎞ 클래식 결승선을 맨먼저 통과하고도 94번째로 들어온 콜롬비아 대표 안드레스 퀸타나에게 다가가 다독이고 있다. 그는 그 뒤에야 은, 동메달리스트와 어울려 사진 촬영 등에 응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USA투데이 홈페이지 인용
우리에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상업적 욕심, 개최국 텃세를 그냥 넘어가주는 편파 판정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지만 아름다운 스포츠맨십도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 장자커우 내셔널 크로스컨트리 스키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15㎞ 클래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이보 니스카넨(핀란드, 30)은 한사코 우승을 축하하는 몸짓을 마다했다. 그는 결승선을 넘은 뒤 쓰러져 속된 표현으로 대(大) 자로 뻗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37분 54초 80의 기록을 작성했다. 2014년 소치 팀 스프린트, 4년 뒤 평창 50㎞ 매스스타트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력을 회복한 뒤에도 뛸듯이 기뻐해야 할 그는 그러지 않고 93명의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은메달을 딴 알렉산더르 볼슈노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23초 2 늦었고, 동메달을 목에 건 요하네스 호스플롯 클라에보(노르웨이)가 37초 5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으니 셋이 어울려 좋아라 사진 찍고 따듯한 곳으로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는 참을성 있게 20분을 기다렸다. 안드레스 퀸타나(콜롬비아, 36)가 94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다가가 따듯한 위로를 건넸다. “잘했다.” 이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 20분을 기다린 것이었다.

니스카넨은 모든 경기가 끝난 뒤 비로소 “선수로서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USA투데이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다. 결승선을 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올림픽 대회에서는 이런 류의 존중이 필요하다. 작은 나라들은 최고의 나라들만큼 충분한 뒷받침도 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퀸타나는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콜롬비아 기수로 나섰다. 이 나라의 선수는 3명 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나선 것은 불과 3년 전이었다. 퀸타나는 인스타그램에 니스카넨에 대해 “대단한 사람됨됨이”를 보여줬다며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고맙다 친구”라고 적었다.

니스카넨은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핀란드를 국빈 방문했을 때 만찬사를 통해 평창 폐회식 때 그의 메달 수여식이 진행된 것을 언급할 정도로 우리와 인연이 있다. 그의 누나 케르투(34)가 전날 여자 10㎞ 클래식 은메달을 목에 건 ‘크로스컨트리 남매’이기도 하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황대헌(왼쪽)이 13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 2조 경기 도중 자신의 날과 부딪혀 뒤로 밀려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황대헌(왼쪽)이 13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 2조 경기 도중 자신의 날과 부딪혀 뒤로 밀려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의 간판 황대헌(강원도청)도 13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 2조에서 막판 추월하는 과정에 페널티를 받아 실격한 뒤 자신의 날과 부딪히는 바람에 뒤로 밀려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에게 다가가 사과하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실격 탈락한 선수가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선수에게 다가가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뒤부아는 어드밴스 판정을 받아 결승에 올랐고, 끝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뒤부아는 황대헌이 지난 9일 금메달을 딴 남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황대헌을 뒤따라 앞서나갔고 좋은 성적으로 경기를 완주했다”고 황대헌에게 털어놓은 사실이 알려진, 바로 그 선수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평화 따위는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서 참 평화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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