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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인권 흑역사’ 관타나모 20년… 그곳에 아직 수감자가 있다

‘美인권 흑역사’ 관타나모 20년… 그곳에 아직 수감자가 있다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22-01-12 22:34
업데이트 2022-01-1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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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공작원으로 의심받은
슬라히 등 39명 혐의도 없이 갇혀
사망자 9명 중 7명은 극단적 선택
바이든 “임기 내” 폐쇄 약속 말뿐

“정의 없는 수용소 폐쇄하라”
“정의 없는 수용소 폐쇄하라”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시위대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한창이던 2002년 1월 쿠바 관타나모 만에 세운 관타나모 수용소는 이날로 20주년을 맞이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폐쇄를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 이행을 위한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쿠바 땅에 미국 정부가 만든 수용소. 미국법이나 쿠바법도, 제네바협약조차 적용받지 않는 ‘국제법의 불모지’가 있다. ‘미국의 수치’로 불리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설립된 지 20년, 그곳에 아직도 수감자가 있다.

독일에서 살다 알카에다 공작원으로 의심받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모하메드 울드 슬라히(50)는 올해로 14년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범죄 혐의로 기소된 적이 없고, 유죄 판결도 받지 않았다. 슬라히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하루 18시간씩 3년간 심문을 받았고, 수감 기간 중 70일을 고문당했다.

슬라히의 비참한 상황은 2020년 영화 ‘모리타니안’으로 만들어졌다. 한때 780명에 달했던 관타나모 수용자는 현재 39명이다. 대부분 혐의조차 없이 수년간 갇혀 지내는 이른바 ‘영원한 죄수’들이다.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지난 20년간 사망한 수감자 9명 중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년간 달라진 건 더이상 독방이 아닌 냉장고가 있는 감방에 수감된다는 것뿐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관타나모 수용소 지출이 연간 5억 달러 이상으로, 수감자 1인당 비용만 1300만 달러로 국방부가 운영하는 카리브해의 요양원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간 4명의 미국 대통령 중 3명(도널드 트럼프 제외)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언하거나 시도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관타나모 폐쇄를 약속했지만 그 시기에 대해선 ‘임기 내’라고만 밝힌 상태다.

2002년 1월 4일 쿠바 관타나모 만(GTMO)에 건설된 군사수용소는 그해 1월 1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송한 첫 번째 포로를 수감하며 역사가 시작됐다.

국제앰네스티의 관타나모 전문가인 다프네 에비아타르는 “미국 정부의 목표는 일관되게 법치의 부재였다”며 “수감 비용이 훨씬 싼 미 국내가 아닌 국외의 관타나모에 수용소를 만든 건 법이나 인권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미래는 어둡다. 미 워싱턴, 영국 런던 등 곳곳에서 관나타모 수용소의 완전 폐쇄와 남은 수감자 39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인권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 인권단체 관계자는 “관타나모에는 정의가 없다. 우리의 부끄러움이 20년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전문기자
2022-0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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