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뒤늦게 해외 ATM 한도 파악 나서… 암호화폐 환치기 차단

[단독] 뒤늦게 해외 ATM 한도 파악 나서… 암호화폐 환치기 차단

김승훈, 김희리, 황인주, 이영준 기자
입력 2021-12-30 20:52
업데이트 2021-12-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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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단속 허점 드러나자 실태 조사

환치기 세력, 日서 한도 초과해 고액 인출
카드사, 건별·일평균 등 구분해 자료 제출
해외 인출 한도 관련 공통기준 마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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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금융·수사 당국이 NH농협은행 체크카드의 일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을 통한 한일 간 가상자산(암호화폐) 환치기 실태에 대해 전방위 조사에 나선 가운데 3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세제·금융·수사 당국이 NH농협은행 체크카드의 일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을 통한 한일 간 가상자산(암호화폐) 환치기 실태에 대해 전방위 조사에 나선 가운데 3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년 가까이 이어진 일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NH농협은행 체크카드의 법 한도 초과 고액 인출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가 뒤늦게 관세청에 이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까지 가상자산(암호화폐) 환치기 통로로 지목된 해외 ATM 인출 실태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기재부가 모든 카드사의 1인당 해외 ATM 인출 한도 파악에 나선 것은 올 상반기 범정부 차원의 환치기 등 암호화폐 관련 불법 행위 집중단속 때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재조사를 통해 구멍을 메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기재부와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기재부 외환제도과는 지난 28일 오후 4시쯤 여신협회에 카드사별 인별 해외 ATM 인출 한도 관련 현황 파악을 요청했다. 여신협회는 모든 카드사에 기재부 요청 내용을 메일로 보낸 뒤 29일 오후 3시까지 취합해 기재부에 제출했다. 복수의 카드사 관계자는 “기재부 요청에 따라 건별, 일, 월평균 등으로 구분해 해외 ATM 인출 한도를 제출했다”며 “정부에서 해외 ATM 인출 한도와 관련해 공통기준을 마련해 환치기 등 불법 관련 리스크를 줄이려고 파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일 간 ‘김치 프리미엄’(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노린 환치기 세력들은 농협은행 체크카드를 이용한 일본 ATM 현금 인출로 외국환거래법 등 국내 법망을 피하고 있었다. 올 3월부터 암호화폐 환치기 세력들이 몰려들며 농협 체크카드 일본 ATM 현금 인출액은 월 최대 130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570명이 1인당 월평균 2억원을 넘으며, 외국환거래법상 1인당 한도액(연 5만 달러·약 5950만원)을 모두 초과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지난 4월 카드사에 해외 ATM 인출 액수를 인별로 조정하라고 했는데 농협만 이행하지 않고 인출 한도도 제한하지 않았다”면서 “외국환거래법상 여행·체류 목적이 아닌 해외 ATM 인출은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번 농협 건은 일차적으로 신고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와 국무조정실, 금융위, FIU, 기재부, 경찰청 등 범정부 차원에서 지난 4~6월 암호화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금세탁, 환치기 등의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했다. 관세청은 지난 7월 보도자료를 내고 “4~6월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 기획조사를 통해 1조 6927억원의 불법 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에서는 자금추적 회피 목적의 암호화폐 불법 송금 대행, 2017~2018년 본인 명의 체크카드로 해외 ATM에서 320억원 인출한 후 암호화폐 구입 등은 밝혀냈지만 올 3월부터 거세게 휘몰아친 농협 체크카드의 일본 ATM 인출을 통한 암호화폐 환치기는 적발하지 못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FIU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는 게 아니라 올해 농협 건은 적발하지 못했다”며 “현재 농협 체크카드 등을 통해 일본 ATM에서 고액을 인출한 사례에 대한 정보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보분석 결과를 토대로 추가 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 이후) FIU로부터 농협 체크카드 일본 ATM 인출과 관련한 의심 거래 자료 입수 시기와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반기 관세청 조사 이후에도 ATM 환치기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면 관세청 조사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라며 “현재 외국환거래는 신고가 기본인데, 신고하지 않은 것을 잡아내는 게 늦었다. 위법과 불법을 잡아내는 시간을 단축하는 등 불법 행위를 즉각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서울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서울 황인주 기자 inkpad@seoul.co.kr
세종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21-12-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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