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을 여신’ ‘오월정신 반듯이’ 윤석열 방명록 논란 [김유민의돋보기]

‘지평선을 여신’ ‘오월정신 반듯이’ 윤석열 방명록 논란 [김유민의돋보기]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11-11 11:38
업데이트 2021-11-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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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몰라” vs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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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으로 참배 대신한 윤석열
묵념으로 참배 대신한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탑과 묘역에 진입하지 못하고 참배광장에서 묵념을 한 뒤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21.11.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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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2021. 11. 1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2021. 11. 1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민주와 인권의 오월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남긴 방명록을 두고 맞춤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반드시와 반듯이는 뜻에 따라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반드시’는 ‘틀림없이 꼭’, ‘반듯이’는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라는 뜻이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부대변인은 10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가 작성한 방명록 사진을 올리며 “연습하고 갔을 텐데 한글도 모르다니 이제 웃음도 안 나온다”라며 ‘반듯이’라는 표현은 ‘반드시’가, ‘세우겠다’는 표현은 ‘지키겠다’가 맞다고 지적했다.

이경 부대변인은 “그동안의 실언과 망언이 진짜 실력인 듯하다. 이 사람의 무지와 무능을 그저 웃어넘기면 안 될 것”이라며 “이런 사람을 그럼에도 왜 지지하는지를 민주당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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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작성한 방명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작성한 방명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 작성한 방명록. 2021.11.10 연합뉴스
의미상 두 표현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그렇다면 오월 정신이 반듯하게 세워진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냐’는 반박이 나왔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반듯이 세우겠다고 하는데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은 잘 서 있다. 그런데 뭘 반듯하게 세우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 측은 ‘반듯이’라고 적은 것에는 “똑바로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칼럼리스트 황교익씨는 페이스북에 “’반듯이’는 ‘반듯하다’의 부사형이다. 사전에 ‘작은 물체, 또는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라고 설명하고 있다”라며 “윤 후보는 현재의 오월 정신이 비뚤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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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윤 전 검찰총장은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2021.6.15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윤 전 검찰총장은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2021.6.15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지평선을 연다는 말은 처음”
윤석열 후보는 지난 6월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김대중도서관’을 찾았을 때도 ‘비문(非文)’ 방명록으로 입길에 올랐다.

윤석열 후보는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평선(地平線)은 ‘편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을 의미한다. 문맥상 윤 전 총장은 ‘사물의 전망이나 가능성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지평(地平)을 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찰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라는 의미를 지녔는데, 문맥상 ‘성찰’이 아니라 ‘통찰’(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환히 꿰뚫어봄)이 더 어울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직접 첨삭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윤석열의 방명록은 철저한 비문에 가깝다. 율사는 말과 글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데 처참하다”면서 “비문투성이 방명록에서 잘 알 수 있는 건, 기본적인 단어를 틀리는 무식함과 김대중 대통령님에 대한 기본 상식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지평을 열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지평선을 열다’는 말은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이 언어의 새 지평을 열었다”라며 “국어도 모르면서 무슨 국가를? 방명록 하나 제대로 못쓰고 지평선을 연다느니 통찰과 성찰도 구분하지 못하는 자가 무슨 대통령을 꿈꾸시나. 언감생심”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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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후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 윤 전 총장은 도서관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2021.6.15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후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
윤 전 총장은 도서관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2021.6.15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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