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길냥이들 목에 ‘덫’이 되었다

누군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길냥이들 목에 ‘덫’이 되었다

손지민 기자
입력 2021-11-09 22:16
업데이트 2021-11-1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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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고양이 덮친 ‘문명의 이기’

목에 고리처럼 플라스틱이 끼인 상태
최근 동물구조단체 등에 제보 쏟아져
모두 같은 형태의 물뿌리개 뚜껑 추정
“폐자재 인근서 이런 상태 연이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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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고양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길고양이 목에 동그란 플라스틱 고리가 걸려 있는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거리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고양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길고양이 목에 동그란 플라스틱 고리가 걸려 있는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일상에 편리함을 가져다준 ‘문명의 이기’ 플라스틱이 바다거북, 고래 등 해양생물에 이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까지 위협하고 있다. 거리에 마구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고양이의 ‘덫’이 된 것이다. 인간에 대한 역습도 머지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지난 6일 서울 광진구에서 길고양이 목에 플라스틱 고리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달 들어 서울 광진, 강남, 인천 등에서 유사한 제보 4건이 케어에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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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고양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길고양이 목에 동그란 플라스틱 고리가 걸려 있는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거리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고양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길고양이 목에 동그란 플라스틱 고리가 걸려 있는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동물구조단체인 사단법인 동물구조119도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같은 모양의 동그란 플라스틱을 목에 달고 다니는 고양이를 구조했다. 이 단체도 최근 서울 중랑, 강서 등에서 비슷한 고양이 4건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길고양이가 플라스틱 고리에 끼인 채로 연이어 발견되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한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9일 “이런 상태의 고양이를 본 건 처음”이라면서 “모두 폐자재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구조된 고양이는 모두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 단체들은 온라인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플라스틱 물뿌리개 뚜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길에 버려진 물뿌리개 뚜껑이 거리를 돌아다니던 고양이의 목에 끼이거나 사람들이 화초에 물을 주고 바닥에 놓은 물뿌리개에 물을 마시려는 고양이가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빼지 못해 계속 달고 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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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고양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길고양이 목에 동그란 플라스틱 고리가 걸려 있는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거리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고양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길고양이 목에 동그란 플라스틱 고리가 걸려 있는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문제는 고양이 목에 걸린 플라스틱이 움직일 때마다 고양이 몸을 긁어 상처를 낸다는 점이다. 고양이의 기본 습성인 그루밍(몸을 핥는 행위)도 어렵게 만들고 음식물을 먹거나 물을 마시기도 불편해진다. 실제 이들 단체들이 구조한 고양이는 외상, 구내염 등의 증상도 보였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에도 이런 사실을 알렸는데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플라스틱 포장용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처치 곤란’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거리 동물에겐 ‘지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고양이 목에 걸린 플라스틱은 인류에 대한 경고음으로도 해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환경오염으로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 심해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인간에 대한 역습은 시작됐다”면서 “최근 환경, 기후변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플라스틱 재활용 등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11-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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