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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친일’…또 반복되는 정치권의 역사관 논쟁

‘북한’·‘친일’…또 반복되는 정치권의 역사관 논쟁

강병철 기자
입력 2021-07-04 15:47
업데이트 2021-07-0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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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 ‘미 점령군-친일 세력 합작’ 발언에
유승민 “점령군 주한미군 몰아내냐” 반발
건국절, 국정 역사교과서 등 때마다 반복
“정책 대결 밀리고 프레임 대결과 전면만”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쓰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뉴스1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쓰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뉴스1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일 세력과 미 점령군 합작’ 발언에 야권 주자들이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이라며 일제히 때리기에 나섰다. ‘역사관 검증’을 앞세워 1위 주자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이지만 정치적 목적에 따라 서로 발언 의도를 왜곡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어 대선이 민생이 아닌 낡은 역사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도 제기된다.

시작은 지난 1일 고향 경북 안동을 찾은 이 지사의 발언이었다. 이육사문학관에서 그는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냐”라면서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를 보수 언론이 대대적으로 비판했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출발을 부정하는 이 지사의 역사 인식이 참으로 충격적”이라며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된다면 ‘점령군 주한미군’을 몰아낼 것인지 답을 듣고 싶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해방기에) 우리가 미국이 아닌 소련 편에 섰어야 한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도 4일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이념에 취해 국민 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썼다.

그러자 이 지사 캠프 대변인단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해석을 한다”고 반박한 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과거 친일재산 환수법에 대해 전원 반대했던 사실이 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속담이 떠오른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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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 유승민 전 의원 2021. 6. 7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국민의 힘 유승민 전 의원 2021. 6. 7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해방기 남한에 진주한 미군정이 포고령을 통해 일제의 친일 관료·경찰 등을 그대로 승계했고 이들이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활동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미군정은 당시 스스로를 ‘점령부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이를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후 미국은 6·25전쟁을 거쳐 대한민국의 강력한 동맹국이 됐다. 야권 주자들이 반발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권 1위 주자의 역사 관련 발언에 야권 주자들이 총공세를 가하고, 여기에 이 지사 측이 또 ‘한나라당=친일’이란 프레임으로 반박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낡은 역사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앞서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죽창가를 부르다 한일관계가 망가졌다”고 언급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반발하기도 했다. 죽창가는 항일 의병 등을 소재한 노래다. 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을 추진한 자신을 안중근 의사에, 비판 세력을 일본 형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때마다 현대사를 둘러싼 이념 논쟁을 반복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8월 15일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건국절 논란이, 박근혜 정부에선 국정 역사 교과서 논란이 일었다. 다만 대선이 보수·진보 세력 간 반복되는 역사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경우 민생은 뒤로 밀릴 우려가 크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치 진영의 뿌리가 민주화, 산업화 세력에 각각 있기 때문에 때가 되면 역사 논쟁이 반복되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합리적 정책 싸움보다는 상대를 프레임화하고 딱지를 붙이는 대결 정치가 전면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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