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마윈 될라”… ‘중국판 나스닥’ 상장 접는 中 IT기업

“제2 마윈 될라”… ‘중국판 나스닥’ 상장 접는 中 IT기업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1-04-04 22:12
업데이트 2021-04-0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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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그룹 IPO 무산에 기업공개 꺼려
상장 중단 180여건… 한 달 새 2배 급증

중국 당국의 ‘마윈 죽이기’가 자본시장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앤트그룹 사례를 우려해 기업공개(IPO)를 꺼리면서 지난달 상하이 커촹반(스타마켓)에 상장하려다가 계획을 취소한 중국 업체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커촹반이 공개한 자료를 분석해 “올해 3월 한 달에만 76개 업체가 IPO 신청 절차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커촹반 설립 이후 월간 단위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 달 전에 비해서도 2배 넘게 급증했다. 이로써 커촹반 상장 절차가 중단된 업체 수는 모두 180여곳에 달한다. 커촹반은 ‘중국판 나스닥’을 목표로 2019년 7월 출범했다.

공교롭게도 ‘상장 철회 러시’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금융 당국 비판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 12월부터 급증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11월 초 ‘인류 역사상 최대 IPO’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 상장을 갑작스레 막았다.

이후 중국은 자본시장 규제를 다시 강화했고, 상장 기준도 크게 높였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12개에 불과했던 상장 중단 기업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폭등하면서 세계 증시에서 IPO가 대폭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커촹반의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앤트그룹 사태 전만 해도 커촹반에 상장하려는 업체들은 중국 증권관리위원회(CSRC)에 필요한 서류만 제출하면 신속 상장을 할 수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커촹반을 지원하면서 “간편하게 상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정책은 앤트그룹 상장 중단을 계기로 사실상 과거로 되돌아갔다. 애널리스트 프레이저 하위는 FT에 “커촹반은 정말로 개혁을 위한 전진을 의미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창업가들이 ‘제2의 마윈’이 될까 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1-04-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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