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83일째…“복직 포기 못한다” LG 해고 청소노동자의 손편지

파업 83일째…“복직 포기 못한다” LG 해고 청소노동자의 손편지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3-08 16:04
업데이트 2021-03-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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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변경으로 집단해고된 LG트윈타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파업 농성을 한지 88일째이면서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LG트윈타워의 건물 및 시설관리 업무를 새로 맡은 기업이 자신들의 고용을 승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용역업체 변경으로 집단해고된 LG트윈타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파업 농성을 한지 88일째이면서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LG트윈타워의 건물 및 시설관리 업무를 새로 맡은 기업이 자신들의 고용을 승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던 때가 나았겠다 생각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전 혼자가 아니에요. 같이 투쟁하는 언니들 생각하면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게 돼요. 이기고 싶어요. 꼭 이길 거예요.”

용역업체 변경으로 집단해고된 LG트윈타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8일 파업 농성 83일째이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청소노동자의 약 70%가 여성인 청소노동자들에게 연대를 통해 고용 불안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분회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여의도역으로 도보 행진을 한 뒤 여의도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 승계는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라면서 “(집단해고 문제를) LG가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LG의 자회사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지수아이앤씨와의 용역계약을 종료하고 백상기업과 새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백상기업이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아 청소노동자 80여명이 지난 1월 1일 해고됐다. 이 중 30여명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파업 농성을 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파업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2명의 손편지를 공개했다. 조합원 김모씨는 편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해고 통보를 받고 솔직히 고민이 됐었어요. 평생을 저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살아왔어요. 그런 제가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가난하고, 없이 살아온 내가 너무 욕심부리는 건가 몇 번을 고민했습니다. 그치만 이렇게 쫓겨나듯 나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열심히 일했는데 그냥 포기하기는 싫었어요.”
용역업체 변경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지난해 12월 16일부터 LG트윈타워 안에서 파업 농성을 하고 있는 LG트윈타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중 한 명의 편지가 파업 83일째이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공개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용역업체 변경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지난해 12월 16일부터 LG트윈타워 안에서 파업 농성을 하고 있는 LG트윈타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중 한 명의 편지가 파업 83일째이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공개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용역업체 변경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지난해 12월 16일부터 LG트윈타워 안에서 파업 농성을 하고 있는 LG트윈타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중 한 명의 편지가 파업 83일째이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공개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용역업체 변경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지난해 12월 16일부터 LG트윈타워 안에서 파업 농성을 하고 있는 LG트윈타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중 한 명의 편지가 파업 83일째이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공개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LG트윈타워에서 청소노동을 한 지 5년 정도 됐다는 김씨는 “청소일하고 남편 돌보는 것 말고는 몰랐던 제가 우리처럼 해고돼서 싸우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고, 우리보다 더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열심히 일하는 청소노동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날을 꼭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또다른 파업 참여자인 조합원 안모씨는 “지난해 말 해고 통보를 받고 80일 넘게 농성을 하며 투쟁하는 저에게 가족들은 마음이 아프다며, 어떻게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냐고 걱정하듯 말한다. 저는 담담하게 ‘건강하니까, 더 일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라고 대답한다”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끈처럼 여기저기 연결된, 연대해주는 분들 손을 놔버릴 수 없다. 꼭 이겨야겠다는 오기도 생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9일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파업에 참여한 청소노동자 전원이 LG트윈타워가 아닌 LG마포빌딩에서 일하도록 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고용 승계가 업계 관행이었던 이유는 해당 건물에서 숙련된 노동자들의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백상기업도 그동안 다른 사업장에서는 늘 (이전 용역업체)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해왔다”며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을 굳이 다른 건물로 보내려는 것은 원상 회복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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