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박숙경
동화 부문을 심사한 유영진(왼쪽)·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축구가 제일 쉬웠어요’는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 속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 낸 장애 아닌 장애라는 점을 환기하는 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 한 가지 주제로만 수렴되는 것이 아쉬웠다. ‘아기감기’는 ‘아기감기’에 걸려 아이가 된 아빠를 돌보는 인물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다만 이런 ‘역할 바꾸기’가 동화를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심리가 무의식중에 투영된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앙앙’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다시 만난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린다. 새 반려견을 들인 것 때문에 눈치를 보는 주인공, 삐진 듯하면서도 이를 이해하는 앙앙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구름이 돼 따뜻한 곳을 찾아 마음껏 뛰노는 개들의 사연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야만성을 돌아보게 한다. 다만 이런 소재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루어졌다는 점이 아쉽다.
‘연우의 재밌는 일기쓰기 기계’는 스마트폰 자동글자완성 기능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일기를 쓰게 되는 아이의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렸다. 흑백 논리에 갇히지 않고, 디지털원주민으로서 기성세대와는 다른 삶을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멋지게 형상화했다. 심사위원은 우리 아이들이 ‘포노사피엔스’로서 어떻게 슬기롭게 살아갈 것인지를 예견하는 이 작품에 손을 들기로 했다. 끝으로 본심평에 언급되지 않은 작품 중에서도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한 작품이 여럿 있었음을 꼭 밝히고 싶다.
2021-01-01 3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