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웨이웨이 새 앨범 “매 맞는 여자 등 11명의 삶을 노래로”

탄웨이웨이 새 앨범 “매 맞는 여자 등 11명의 삶을 노래로”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2-18 13:24
업데이트 2020-1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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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우리를 이렇게 불러요. 여자요정(banshee), 잔소리꾼(shrew), 창녀, 매춘부, 남자 농락하는 여자(man-eater) 등등”

중국 여자 가수 탄웨이웨이(38)가 최근 내놓은 히트곡 ‘샤오쥐안(小娟)’의 가사 일부다. 텔레비전 쇼에 출연해 그녀가 이런 가사를 내뱉으면 주위 여성들이 선글래스를 휙 벗어 옆으로 던져 버린다. 한 개인으로 봐달라는 묵언의 시위다. 가정폭력이나 가부장적 권위로 여성을 억누르는 데 대한 분노의 표시이기도 하다.

새 앨범 제목은 ‘3811’이다. 앞의 숫자는 본인 나이이고, 뒤의 숫자는 실존하는 여인 11명을 가리킨다. 택시를 운전하는 싱글 맘부터 12세 빈곤층 소녀, 버스 차장으로 일하는 자신의 이모까지 모두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다.

중국의 음악평론가 포스트맨(가명)은 18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앨범 전체에 강한 페미니스트 면모가 관통하고 있어 놀라울 뿐만아니라 진짜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대단한 중요성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완전히 잊힐 뻔했던 진짜 여인들의 이야기를 살려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11명 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진 것은 폭력범죄의 희생자 샤오쥐안이다. 보통 ‘피해자 A’ 식으로 신원을 숨기기 쉬운데 그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가사 중에는 ‘나의 이름은 샤오쥐안이 아니다. 신문 지상에 오르는 내 가명 샤오쥐안은 내 마지막 보루다. 말 안 듣는다고 주먹을 휘두르거나 기름을 끼얹거나 황산을 뿌리면 돼’란 서늘한 대목도 있다. 기름 얘기는 지난 9월 라이브스트리밍 중계를 하며 몸에 불을 붙인 인플루엔서 라무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변기 물을 내리면 돼, 침대에서 강둑으로 옮기면 되고, 내 몸을 여행가방 안에 구겨넣고’란 부분은 지난 7월 항저우의 한 여성이 남편에 의해 토막 난 채 물탱크에 던져진 사건과 지난 10월 스촨성에서 한 여인이 가방 속의 변사체로 발견된 일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발코니의 냉장고에 넣어둬’ 가사는 2016년 상하이에서 남편이 아내를 죽여 3개월 동안 발코니 냉장고에 넣어둔 사건을 의미하는데 그 남자는 6월에 사형이 집행됐다.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대단한 노래라고 반기는 분위기다. 해시태그 #탄웨이웨이가사는넘과격해(Tan Weiwei‘s lyrics are so bold)는 웨이보에서 3억 4000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어떤 이용자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았다. 이 모든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정직한 노래는 처음이란 반응도 있었다. 탄은 “용기가 아니라 책임감 때문”이란 댓글을 달았다.

중국의 유명인들이나 연예인들은 고루하고 전통적인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경향이 있는데 탄은 굉장히 용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인은 이 노래가 큰 인기를 끈 것에 대해 공석이나 인터뷰를 통해 발언하는 일을 피해왔다. BBC의 인터뷰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당국이 곧 검열에 나설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 이 노래가 이렇게 불리고 사랑 받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여권이 그만큼 신장됐고 더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방송은 결론내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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