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등 기행 일으킨 BJ 딸에게 화살
학부모·네티즌 “입학 반대” 항의 빗발
학교 “어른들 비난 대신 아이 배려를”
BJ철구/아프리카TV
‘BJ 철구 자녀 입학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인천 인성초등학교 최상균 교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사태를 바라본 느낌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교육받을 권리는 누구나 똑같다”며 “사회적인 배경에 따라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터넷 방송인 BJ철구(31·본명 이예준)와 BJ외질혜(25·본명 전지혜) 부부의 딸이 인천의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학부모들과 누리꾼들의 반발이 일었다.
성희롱, 고인 모독 등 여러 기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부모의 자녀가 특정 사립초에 입학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논리였다. 일부는 인천 지역 사립초 6곳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몰려가 비난 댓글을 달았다. 각 학교에도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한 초등학교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못해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모든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사태가 커지자 최 교장은 지난 7일 학교 SNS에 직접 쓴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모든 학교는 어떤 아이가 입학하든지 간에 그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 학교의 교육적 역량을 총동원해 돕게 될 것”이라며 “그 아이의 사회적 배경은 아이가 받게 될 교육 서비스의 영향 요인이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아이는 아이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장은 “부부의 아이가 어떤 학교에 가게 되더라도 시끄러워져 교육받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며 “아이의 미래를 위해 이제 어른들이 비난을 멈추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황을 지켜본 학부모들도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에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김모(36)씨는 “특권을 가진 다수의 어른이 약자인 한 아이를 밀어내는 모습”이라며 “잘못이 없는 아이에게 ‘현대판 연좌제’를 적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런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경고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 직업에 따른 계급주의를 반대하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따라가는 모순된 모습”이라며 “잘못된 집단 권력이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20-12-10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