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대세’ 독립노동,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실천 필요하다/장영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In&Out] ‘대세’ 독립노동,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실천 필요하다/장영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0-12-06 20:44
업데이트 2020-12-0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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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장영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프리랜서 플랫폼인 업워크와 숨고, 운송대행 플랫폼인 우버와 쿠팡 플렉스…. 국내외를 막론하고 노동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중 ‘독립노동’이 대표적인데, 이는 전통적 임금 근로자와 독립적인 사업자의 경계 영역에 위치한 노동자를 통칭한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과 유럽 6개국에서 이러한 독립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약 1억 6000만명에 달한다. 전체 근로 가능 인구의 20~30%에 이르는 규모다. 우리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노동자로 분류될 수 있는 취업자 수는 전체 취업 인구의 17%가 넘는 470만명에 육박한다.

국내의 대표적 이커머스 기업인 C사의 배송업무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노동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대변한다.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종사하고 있는 독립노동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지원하겠느냐’는 질문에 무려 98.1%의 응답자가 ‘지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주된 거절 이유로는 ‘다른 직업이 있어서’, ‘원하는 시간에만 근무하고 싶어서’,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해서’ 등을 꼽았다.

경직된 조직생활이 아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노동, 취미나 육아 등의 활동과 병행하는 노동, 평소 하고 싶었던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 등 새로운 노동관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지금껏 겪지 못했던 것이다.

독립노동의 확산으로 직업 선택 및 고용의 유연성 확대, 기존 비경제 활동인구의 노동 참여 촉진, 재화와 서비스의 다양화 등의 순기능이 기대된다. 반면 독립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개인의 역량 차로 인한 독립노동자 내 양극화가 발생할 우려도 상존한다. 각국 정부가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의 등장에 따른 근본적 제도 개편을 고민하는 이유다.

우리 역시 기업들을 향해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에 따라 등장한 독립노동 종사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성과 복지를 누릴 수 있게끔 하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근로조건에 대한 지침’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형태의 근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입법적 장치가 마련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형 독립노동 제도’의 마련을 위해 독립노동자의 명확한 정의와 더불어 독립노동의 유형별 현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국세통계,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 등 기존 국가 DB에만 의존할 경우 독립노동의 특성상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심층적인 실태 조사가 요구된다. 이후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 근로 안전, 합리적 보상과 처우, 자기 계발 보장, 안전망 구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보완을 통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독립노동을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20-12-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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