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찾아간 전남 여수 선원동의 한 아파트 3층 집 베란다 창문 너머로 양문형 냉장고 옆면이 보인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이 냉장고에서 오래된 쌍둥이 남아의 시신을 찾았다. 서울신문이 만난 이웃 주민들은 “아파트 앞을 지날 때마다 밖에서 훤히 냉장고가 보여 마음이 불안하다”며 “얼른 치워버렸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여수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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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가정을 지원하는 주민센터도, A군이 다니던 초등학교도 조씨의 자녀 방임을 눈치 채지 못했지만, 아파트 단지의 이웃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A군의 방임 정황을 알고 있었다. 또래 아이를 키우며 돌봄 공동체를 형성한 30~40대 동네 엄마들은 돌아가며 A군의 끼니를 챙기거나 늦은 밤 혼자 노는 A군을 집에 데려가는 등 조씨를 대신해 돌봄 공백을 채우고 있었다.
전남 여수 영아 시신 냉장고 방치 사건의 가해자 친모 조모(42)씨가 큰아들(7)에게 사준 자전거. 아파트 이웃인 또래 아동들의 자전거를 계속 빌려 타자 엄마들은 조씨에게 아이가 자전거를 좋아하니 자전거를 한대 사주라고 했고, 조씨는 다음날 자전거를 사줬다고 했다.
여수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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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유흥업소 주방에서 일하는 조씨는 오후 6시쯤 출근해 이튿날 오전 3~5시쯤 퇴근했다. 아이들은 밤사이 어른 없이 집에 방치됐다. 주민들은 아파트 앞 편의점에서 혼자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는 A군을 집에 데려가 밥을 차려줬다. 한 주민은 “아이에게 밥 먹자며 쌀밥을 내주니 아이가 ‘이거 밥 아니야’라며 과자를 가리켰다”고 전했다.
여수 영아 시신 방치 사건의 가해자 조모씨의 큰 아들이 살고 있던 아파트 초입에는 편의점이 있었다. 이 편의점 사장은 “아이는 매일 밤 9시~10시쯤 육개장 하나, 맥콜 하나,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먹을 초코에몽 세개를 사서 현금으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아이가 혼자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지 못하자 아이를 대신해 뜨거운 물 붓는 일을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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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가운데 B양과 숨진 아기를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A군은 평소 주민들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 한 명은 많이 아픈 애고 한 명은 기어다니는 애”라고 얘기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동네 엄마들이 지난 3월 조씨에게 쌍둥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조씨는 “내 아이가 아니고 조카딸”이라고 둘러댔다.
지난 2일 서울신문이 전남 여수 선원동 소재 아파트에 있는 편의점을 찾아가자 사장은 어른의 돌봄을 받지 못하던 아이가 매일 사갔다던 초코에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수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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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함께 낳은 생부나 친인척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생계를 책임지며 아이들을 키워야 했던 조씨는 쌍둥이 남아가 숨지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2018년 10월쯤 일을 갔다 오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며 “두렵고 무서웠고 첫 아이가 어린 데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까 봐 숨겼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다. 조씨는 “아이가 죽은 뒤 아무것도 하기도 싫고 무기력했다”고도 진술했다. 깔끔했던 집안에 쓰레기산이 생긴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고 한다.
경찰은 조씨를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이르면 4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A군과 B양을 장기보호시설이나 친인척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여수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