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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전태일 50주기 맞아 비정규직 대행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전태일 50주기 맞아 비정규직 대행진

손지민 기자
입력 2020-11-13 18:21
업데이트 2020-11-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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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 전태일들의 행진’에서 행진 전 상징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0.11.13 연합뉴스
고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오늘의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위에서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전태일 열사가 생애 못 다 굴린 덩이를 함께 굴려 나가자”며 행진의 포문을 열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코로나19 경제위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덮쳤다”면서 “전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마지막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조차 들지 못한 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태일, 김용균과 함께 죽음을 멈추고 차별을 없애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함께 나서자”고 촉구했다.

이날 행진에는 이달 파업에 돌입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지회가 발언에 나섰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은 “코레일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역무원이지만 평생 최저임금을 강요당하고, 언제 쫓겨나갈까 불안해한다”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던 열사의 외침은 이제 비정규직들의 요구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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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발언하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 전태일들의 행진’에서 현대차 전주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2020.11.13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조합원은 회사가 지급한 마스크를 들어보이며 “현장에서 분진을 치우는 과정에 먼지 바람이 많이 일어나는데 회사는 코로나를 핑계 대며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3M 마스크를 주지 않았다”면서 “열악한 작업환경은 마스크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사측이 단가가 낮은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며 얼굴에 까만 분진이 묻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모습을 공개했다.

발언 후에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노동존중’이라 적힌 종이를 태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분사하자 참가자가 이를 제지하는 등 고성이 오갔다. 행진을 시작하려는 참가자들과 10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한다는 방역 수칙에 따라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 사이에 충돌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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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몸싸움 벌이는 참석자들
경찰과 몸싸움 벌이는 참석자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 전태일들의 행진’에서 행진 전 상징의식이 진행되는 중 경찰이 소화기로 불을 끄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020.11.13 연합뉴스
행진에 앞서 이날 오전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경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결의대회을 열었다. 결의대회에는 한극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한국산연지회, 전국대리운전노조,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 등의 노동자들을 비롯해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열사의 유족 오은주씨가 목소리를 냈다. 결의대회는 전태일 열사의 동상에 머리띠를 묶으며 마무리됐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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