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또 사망…사측 “인력 투입해 근무 단축”(종합)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또 사망…사측 “인력 투입해 근무 단축”(종합)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10-22 15:10
업데이트 2020-10-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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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택배 분류 작업 현장
분주한 택배 분류 작업 현장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국회사진기자단
코로나19 이후 업무량이 급증한 택배업계 종사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가운데 또 다른 CJ대한통운 관련 택배 노동자가 근무 중 휴게실에서 쓰러져 숨졌다.

지금까지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가 13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6명이 사망한 CJ대한통운은 인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20시간 일하고 퇴근한 뒤 5시간 만에 또 출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CJ대한통운 운송노동자 A씨가 20일 밤 11시 50분쯤 경기도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배차를 마치고 주차장 간이휴게실에서 쉬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21일 오전 1시쯤 사망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CJ파주허브터미널과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대형 트럭으로 택배 물품을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대책위와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사망 직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일요일이었던 18일 오후 2시쯤 출근해 다음날인 19일 정오까지 근무한 뒤 퇴근했고, 5시간 만인 19일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 근무하다가 20일 밤에 쓰러졌다.

근무 중 휴식시간이 있었을지라도 출퇴근 시간만 따져 보면, 출근 후 20시간 동안 업무에 나섰고 퇴근 5시간 만에 다시 출근해 31시간 동안 근무하다가 쓰러진 것이다.
과로로 숨진 택배노동자, 돌아오지 못한 아들
과로로 숨진 택배노동자, 돌아오지 못한 아들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과로로 사망한 고(故) 김원종 유가족 CJ대한통운 면담 요구 방문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아버지가 생각에 잠겨있다. 2020.10.14.
연합뉴스
대책위는 “고인은 주로 야간에 근무하면서 제대로 된 휴식 없이 며칠 동안 시간에 쫓기듯 업무를 해왔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택배 물량의 급격한 증가로 평소보다 50% 이상 근무시간이 늘어났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이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고된 노동을 해왔던 것이 이번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며 과로사를 주장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CJ대한통운 택배만 운송하는 등 ‘전속성’이 매우 강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란 이유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협력업체 측에 확인한 결과 간선차 협력업체가 계약한 임시용차 차주의 기사로 파악된다”면서 회사 측과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 신분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A씨의 사망으로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도 13명으로 늘었다. 이 중 택배 분류작업과 배달 업무를 하는 택배기사가 9명이며 물류센터 분류 노동자는 3명, 운송 노동자는 1명이다. 이들 중 CJ대한통운 노동자가 6명이다.

이달 20일엔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택배기사가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 “4천명 단계적 투입해 근무시간 단축”
CJ대한통운은 잇따른 노동자 사망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이날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또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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