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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는 포기했지만 ‘한 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항암치료는 포기했지만 ‘한 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10-18 22:10
업데이트 2020-10-1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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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美남성의 마지막 권리 행사

“나라 건강 우려” 부축 받으며 사전투표
8일 뒤 대장암으로 숨져 결국 무효 처리
아들 “아버지 한 표의 뜻 달라지지 않아”

존엄사를 선택한 뒤 올해 미국 대선에 생애 마지막 한 표를 행사하고 숨진 제임스 웬들 윌리엄스(가운데)가 지난달 24일 부축을 받으며 사전투표소로 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존엄사를 선택한 뒤 올해 미국 대선에 생애 마지막 한 표를 행사하고 숨진 제임스 웬들 윌리엄스(가운데)가 지난달 24일 부축을 받으며 사전투표소로 가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근교 버밍햄에 살던 제임스 웬들 윌리엄스(77)는 올해 초 대장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에 더이상의 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가족의 반대로 윌리엄스는 결국 호스피스만 이용하기로 하고 항암치료는 포기했다. 그런 그가 포기하지 않은 것이 2020년 대선에 참여해 마지막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악화하자 대선 당일인 11월 3일까지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9월 24일 시작하는 사전투표라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족에 따르면 48년간 변호사로 활동해 온 그는 민주당 당원으로, 평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혼란에 빠트리는 해로운 존재라고 생각해 왔기에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

사전 투표 당일 투병으로 앙상해진 체구의 윌리엄스는 며느리의 차를 타고 투표소로 이동해 어렵게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에게 “나라의 건강이야말로 모두가 우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나를 투표소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투표 8일 뒤인 지난 2일 세상을 떠났다. 아쉽게도 윌리엄스가 안간힘을 쏟으며 행사한 마지막 한 표는 무효표로 처리됐다. 미시간주 선거법은 선거일 전에 사망한 사람이 행사한 사전투표를 무효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8월 미시간주에서 치러진 예비선거에서도 같은 이유로 850표가 무효 처리됐다.

이에 윌리엄스의 아들 데이비드는 “아버지의 표가 집계되지 않는다고 했을 때 너무 화가 났다”면서도 “(무효 처리가) 한 표 행사에 담긴 뜻을 흐리게 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10-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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