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차별 예수정신 아니다”… 차별금지법에 힘모으는 개신교계

“소수 차별 예수정신 아니다”… 차별금지법에 힘모으는 개신교계

김성호 기자
입력 2020-07-28 18:06
업데이트 2020-07-2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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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발의 뒤 찬성·지지 급속 확산

기독교장로회 “다른 존재 용인” 첫 지지
81개 단체 “성 정체성 반대 두려워 말라”


한교총 등 보수 “동성애 반대자 역차별”
새달 국회에서 토론회 개최 등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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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지난달 29일 당론으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개신교계 안에서 지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차별금지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심상정(오른쪽 세 번째) 대표, 배진교(다섯 번째) 원내대표 등 정의당 관계자들. 서울신문 DB
정의당이 지난달 29일 당론으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개신교계 안에서 지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차별금지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심상정(오른쪽 세 번째) 대표, 배진교(다섯 번째) 원내대표 등 정의당 관계자들.
서울신문 DB
21대 국회 처음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이후 개신교계에 차별금지법을 찬성·지지하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급속히 늘고 있다. 교단 차원의 차별금지법 지지 성명이 처음 발표된 데 이어 80여 단체가 공동으로 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법 제정에 반대하는 개신교인들을 향해 `그리스도교의 정신´으로 법 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개신교계의 향방에 눈길이 쏠린다.

차별금지법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정부가 대표 발의한 이후 사실상 이번이 여덟 번째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2007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조장법´으로 규정한 보수 개신교계의 집단 반발과 정치적 이슈화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개신교계의 움직임은 종전과는 사뭇 다르다. 인권·시민단체의 입장에 서서 `차별과 평등 없는 세상´을 외치며 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신자와 단체가 늘고 있다.
정의당이 지난달 29일 당론으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개신교계 안에서 지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했다. 뉴시스
정의당이 지난달 29일 당론으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개신교계 안에서 지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했다.
뉴시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모임에는 개신교와 성공회 등 110개 단체와 교회, 1384명의 개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리스도교 역사는 사랑의 역사”라며 “타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일관되게 반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20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를 비롯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 81개 단체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21대 국회를 향해 법 제정을 위한 절차를 시작해 앞장서고,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문제 삼는 세력의 반대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어 개인과 단체, 기관 등의 연명을 받는 캠페인에 나섰다.

이들은 특히 “일부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라는 차별 조항을 두고 반발한다”며 신자들을 향해 “근본주의 집단의 원색적인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침묵은 중립이 아닌 동조인 만큼 이 법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달 초 개신교 교단 중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지지를 천명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일부 종교계의 반대로 좌절된 점을 지적했다. 기장 측은 “다른 존재를 용인하고 받아들여야 할 복음의 정신이 정죄의 논리로 오도되고 있다”며 “그리스도인은 먼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비롯한 보수 개신교계는 여전히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보호법’,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으로 규정한 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평등구현이란 명분과 달리 심각한 불평등과 역차별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소수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심지어 이를 비판하는 국민을 처벌하는 등 기존 차별금지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교총은 “각 교단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결의하고 전국교회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며 다음달 중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토론회를 여는 한편 매달 ‘차별금지법 반대, 생명존중과 종교의 자유를 위한 한국교회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20-07-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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